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50대 남성 0.1%
누리책집 〈알라딘〉에서는 늦가을로 접어들 즈음 재미난 한 가지를 알려주는데, 그동안 이곳에서 책을 몇 자락 샀고, 이렇게 책을 산 사람이 ‘삶터’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지 알려준다. 2025년은 ‘고흥군 0.1% + 50대 남성 0.1%’라고 한다. 지난자취를 돌아보면 2020년에는 ‘고흥군 0.2% + 40대 남성 0.1%’였단다. 2021년부터 ‘고흥군 0.1%’라는데, 2023년까지 ‘40대 남성 0.1%’였다가 2024년부터 ‘50대 남성 0.1%’로 바뀌니, 내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서 마흔줄 책돌이 가운데 0.2%에 있던 분은 0.1%로 바뀌었을 테고, 쉰줄 책돌이 가운데 0.1%에 있던 분은 내가 예순줄 책돌이로 바뀔 때까지 0.2%에 머물겠네 하고 문득 헤아린다.
전라남도 고흥군은 워낙 작으니 ‘고흥군 0.1%’라고 한들 시큰둥하다. 나라를 통틀면 어느 만큼일까? 내가 ‘40대 남성 0.1%’나 ‘50대 남성 0.1%’라면, 마흔줄 책순이나 쉰줄 책순이는 어느 만큼 책을 사읽으려나? 스무줄이나 서른줄 이웃님은 책을 어느 만큼 만나려나? 순이돌이를 아울러서도 알려준다면, 또한 모든 나이를 아울러서도 알려준다면, 여기에 모든 고을을 아울러서도 알려준다면, 꽤 재미날 만하지 싶다.
올해에는 부산 보수동과 〈책과 아이들〉을 비롯한 여러 부산책집에서 책을 오지게 샀다. 그래서 올해에 〈알라딘〉에서 1086자락을 샀다면, 서울책집에서는 800자락 남짓 산 듯싶고, 부산책집에서는 2500자락 남짓 산 듯하다.
언제나 되뇌는 한 가지라면, 책이웃 여러분이 나를 ‘고흥군 5.0%’라든지 ‘50대 남성 10.0%’로 밀어낼 수 있기를 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웃님도 모쪼록 책을 조금 더 가까이하기를 빌고, 마흔줄·쉰줄 아재는 부디 ‘유튜브 정치 채널’ 따위는 그냥 아닥하듯 끊고서 가없는 책바다에 뛰어들기를 빈다. 또한 마흔줄·쉰줄뿐 아니라, 서른줄·예순줄 사내가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곁에 두기를 빈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은 “애들이나 보는 책”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려는 사람이 먼저 읽고 살피면서 사랑을 배우는 길동무책”이다. 2025.1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