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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돈 먹는 돼지입니다만
금수정 지음, 이주혜 그림 / 반달서재 / 2024년 4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0.31.
맑은책시렁 356
《꼬르륵, 돈 먹는 돼지입니다만》
금수정 글
이주혜 그림
반달서재
2024.4.11.
‘돝(돼지)’이 어떤 이웃이요 짐승인지 모르는 분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알았으나, 오늘날에는 누구나 모르는 듯싶습니다. ‘돝’은 ‘도토리’를 즐기는 멧짐승입니다. 도토리빛을 닮은 몸빛이면서, 도토리와 같은 몸매로 자라는 삶이기도 합니다.
고기로 삼는 돼지를 하늬녘에서 들여오며 살빛이 허여멀건 몸인 돼지만 있다고 여기기 일쑤입니다. 어린이한테 돼지를 다르게 들려주려는 글을 쓰려고 한다면, 좀 제대로 짚어야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게다가 2024년에 나온 《꼬르륵, 돈 먹는 돼지입니다만》인데, 두 아이가 500원짜리 쇠돈을 엄마아빠한테서 받아서 돼지밥으로 준다는 얼거리예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시골에서조차 요사이는 500원짜리도 100원짜리도 보기 어렵습니다. 서울·큰고장을 바탕으로 그리는 책일 텐데 아이한테 쓸돈으로 500원짜리 쇠돈을 준다는 대목은 안 맞을 텐데요? 쇠돈을 요새 아예 안 쓰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1000원짜리 종이돈을 받는 얼거리로 해야 맞습니다. 주전부리 하나조차 1000원을 껑충 넘는 오늘날인데, 아이들이 500원을 받아서 무엇을 할 만하겠습니까.
글을 보면 사이사이 ‘핵인싸’라든지 ‘쾌재’라든지 ‘함’이라든지 ‘대형 프로젝트’라든지, 어린이책하고 안 어울리는구나 싶은 말씨가 자꾸 나옵니다. 어린이가 어떤 말씨를 함부로 쓰는 까닭을 살펴야 합니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아무 말이나 함부로 쓴다고 탓하기 앞서, 어린이책에 담는 글부터 정갈하고 바르게 다듬을 줄 알 노릇입니다. ‘날개 돋은 돝’을 줄거리로 삼은 얼거리는 볼 만하되, 이 하나를 빼고서는 겉속 모두 길을 잃은 듯싶은 《꼬르륵, 돈 먹는 돼지입니다만》입니다.
ㅍㄹㄴ
만세는 영어 학원에서 나오자마자 웃음이 났어.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갔지. 왜냐고? 영어 단어 시험을 한 방에 통과했거든. 만세는 주머니 속에 있는 지우개를 문질러댔어. 깨알처럼 적힌 알파벳이 때처럼 밀려 나왔지. (6쪽)
“이리 내놔.” “근데 이거 좀 귀엽다. 오빠, 나 줘.” “이럴 때만 오빠지? 얼른 공부나 해. 구구단 외워야 한다며.” (24쪽)
만세는 자기 자전거의 안장을 최대한 낮춘 다음 만아를 앉혔어. 하지만 만아가 자전거에 앉자마자 바퀴는 비틀비틀, 몸은 기우뚱기우뚱했어.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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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돈 먹는 돼지입니다만》(금수정, 반달서재, 2024)
주머니 속에 있는 지우개를
→ 주머니에 있는 지우개를
6쪽
금세 핵인싸가 되지 않겠어
→ 곧 꽃나래가 되지 않겠어
→ 바로 날개가 되지 않겠어
14
나이스! 만세는 쾌재를 불렀지
→ 좋아! 만세는 노래를 불렀지
→ 됐어! 만세는 신났지
→ 잘했어! 만세는 즐거웠지
15쪽
돈 넣는 함에
→ 돈 넣는 곳에
→ 돈구럭에
→ 돈담이에
15쪽
구구단은 서툴지만 얘 밥 주는 건 내가 오빠보다 나을걸
→ 아홉셈은 서툴지만 얘 밥 주기는 내가 오빠보다 나을걸
→ 곱셈은 서툴지만 얘 밥 주기는 내가 오빠보다 나을걸
25쪽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 빈종이도 맞들면 낫다고
→ 종이도 맞들면 낫다고
28쪽
구구단송을 부르며 식탁으로 왔어
→ 곱셈노래를 부르며 자리로 왔어
35
“아이디어가 뭔데?” “대형 프로젝트야.” “대형? 프로젝트?”
→ “무슨 생각인데?” “큰일이야.” “커? 일?”
→ “뭘 생각하는데?” “엄청난 일이야.” “엄청? 일?”
51
두발자전거 타게 해 준 일등공신이잖아
→ 두발달림이 가르치느라 가장 애썼잖아
→ 두발로 타게 이끄느라 가장 힘썼잖아
59
나의 보물을 보고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죠
→ 내 빛살림을 보면 어떠한지 이야기해도 되겠죠
→ 내 꽃을 보며 무엇을 느끼는지 이야기할 수 있겠죠
66쪽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
→ 더 오래 보내
→ 더 길게 보내
91쪽
하늘 달리기 대회에서 챔피언 먹은 몸이란 말씀
→ 하늘 달리기에서 으뜸 먹은 몸이란 말씀
→ 하늘 달리기에서 엄지인 몸이란 말씀
→ 하늘 달리기에서 첫째인 몸이란 말씀
93쪽
만돈이의 배가 금방 빵빵해지더니 앞으로 쑥
→ 민돈이는 배가 곧 빵빵하더니 앞으로 쑥
9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