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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지음 / 강 / 2023년 8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11.
다듬읽기 276
《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강
2021.11.30.
놀이를 하면서 저절로 피어나는 즐거운 가락이기에 노래입니다. 아이라면 소꿉놀이에 들놀이에 갖가지 놀이를 하는 동안 스스럼없이 노래합니다. ‘놀다’는 몸을 쓰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놀이노래라면 어른은 일노래입니다. 살림을 짓는 모든 길에 살림노래를 부를 텐데, 살림노래란 일노래이면서 삶노래이고 하루노래입니다. 《섬에서 부르는 노래》는 책이름에 ‘노래’가 깃들지만, 막상 속에는 ‘시’하고 얽힌 줄거리만 흐릅니다. 우리는 아직 스스로 너울처럼 놀지 못하는 터라, 노을처럼 노랗게 빛나지 못하는 탓에, 놀이로 높다랗게 피어나지 않는 바람에, ‘노래’가 무엇인지 까맣게 잊습니다. 놀이와 노래와 놀(노을·너울)과 높을 잊은 마음에는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담은 사투리인 말”이 스미지 못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시’는 ‘노래하고 동떨어진 채 꾸미는 글’이기 일쑤입니다. 꾸밈글에 갇히기에 시만 쓴다고 여길 만합니다. 꾸미는 굴레가 아닌 가꾸는 살림이자 일구는 오늘이라면 누구나 기쁘게 노래한다고 느껴요. 노래하는 마음일 적에 말결을 풉니다. 노래하는 오늘이기에 말꽃을 피웁니다. 노래하는 나랑 너이니 말씨를 심습니다.
ㅍㄹㄴ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입도(入島) 열망을 포기하는 게 다반사지만
→ 값이 마구 치솟아 섬살이를 내려놓기 일쑤이지만
→ 값이 부쩍 치솟아 섬살림을 뒤로하게 마련이지만
7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선 심히 유감이란 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 이 일은 몹시 서운하다
→ 이런 일은 참 섭섭하다
→ 이러면 무척 떨떠름하다
7
가장 값진 재산을 익명의 방문객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 가장 값진 살림을 손님한테 내놓은 셈이다
→ 가장 값진 세간을 나그네한테 내놓았다
9
한 점 수묵화로 변하는 백 년 누옥
→ 한 자락 먹빛그림 되는 온해 오막
→ 한 자락 먹그림 되는 온살 작은집
9
활자중독증처럼 닥치는 대로 탐닉했다
→ 글벌레처럼 닥치는 대로 기웃댔다
→ 글깨비처럼 닥치는 대로 먹었다
17
불혹 즈음에 시인이 되었고, 지천명 즈음에 책방&카페를 시작했다
→ 마흔 즈음 노래꾼이 되고, 쉰 즈음에 책집·잎물집을 열었다
19
노경(老境)의 아름다움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 늙어 아름답다고 여기기도 하고
→ 아름다운 늘그막으로 풀기도 하고
27
타인의 심금까지 울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으니 애창곡(愛唱曲)이 곧 애창곡(哀唱曲)인 셈이다
→ 이웃 가슴까지 울릴 수도 있는 줄 처음 알았으니 사랑노래가 곧 눈물노래인 셈이다
→ 네 마음까지 울릴 수도 있는 줄 처음 알았으니 사랑가락이 곧 눈물가락인 셈이다
32
내 노래 중 기억에 남는 열창의 순간을 되돌아본다
→ 내가 뜨겁게 노래한 일을 되돌아본다
→ 내가 불타듯 노래한 때를 되돌아본다
36
개인차가 있겠으나 내게 시작(詩作)은 어떤 의식과도 같아서 절대적 몰입을 요하는 고도의 내밀한 작업이다
→ 다 다를 텐데 나는 노래를 비나리처럼 쓰기에 오롯이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 사람마다 다른데 나는 비나리마냥 노래를 쓰기에 온마음을 쏟아야 한다
46
나의 소확행은 문우들이 우편으로 보낸 신간을 받아 들 때다
→ 나는 글동무가 띄우는 새책을 받아 들며 즐겁다
→ 나는 글벗이 보내는 새책을 받아 들며 들뜬다
53
항목마다엔 각각 대여섯 편의 시를 배치해 자기 점검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 꼭지마다 노래를 대여섯씩 놓아 곰곰이 깊이 들여다본다
→ 자리마다 노래를 대여섯씩 두고 꼼꼼히 널리 짚는다
56
각설하고, 책이 가진 순기능의 신봉자인 연유로
→ 그러니까 책이 맞다고 여기는 터라
→ 그래서 책이 바르다고 믿는 터라
66
그것이 주는 만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 이동안 어마어마하게 즐겁다
→ 이러며 어마어마하게 흐뭇하다
67
G를 통해 그녀와 첫 만남을 가진 게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 전의 일이다
→ ㄱ을 거쳐 그이와 처음 만난 때는 얼추 열다섯 해이다
→ ㄱ을 사이로 그사람과 만난 첫날은 이제 열다섯 해이다
71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아이가 겪을 고통과 분노에 대해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어버이한테서 버림받은 몸인 줄 알고서 아이가 얼마나 괴롭고 불탈는지 어림조차 할 수 없다
→ 어버이가 버린 줄 알고서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불타오를는지 어림조차 못 한다
76
뭍에서의 며칠을 유유자적 보내고 섬으로 내려가기 전날
→ 뭍에서 며칠을 느긋이 보내고 섬으로 가기 앞서
→ 뭍에서 며칠을 널널히 보내고 섬으로 돌아가기 앞서
88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사전 준비가 착실한 이들에게 섬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 어떤 일을 차근차근 미리짓는 이라면 섬은 그야말로 디딤땅이다
→ 어떤 일을 벌이며 찬찬히 다지는 이라면 섬은 그야말로 새땅이다
105
누군가는 담소를 나누고, 누군가는 토막 잠에 취해 있다
→ 누구는 얘기를 하고, 누구는 토막잠을 누린다
→ 누구는 말을 나누고, 누구는 토막잠을 즐긴다
118
그동안 등한히 하거나 무시했던 나무와 풀에게, 달과 강에게 사과한다
→ 그동안 등돌리거나 얕본 나무와 풀한테, 달과 내한테 고개숙인다
→ 그동안 팽개치거나 깔본 나무와 풀한테, 달과 냇물한테 뉘우친다
150
대부분의 독서가 그렇지만 특히 이 책은 차분하게 읽고 싶고
→ 읽을 때는 으레 그렇지만 이 책은 더 차분하게 읽고 싶고
→ 책읽기는 무릇 그렇지만 이 책은 더욱 차분하게 읽고 싶고
179
거창한 말 같지만 남의 말을 빌려온 게 아니라 평소 나의 독서 지론이다
→ 대단한 말 같지만 남말을 빌리지 않고 여태 읽은 바를 밝힌다
→ 잘난 말 같지만 남말을 빌리지 않고 늘 늙어온 바를 적었다
18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