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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김미희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6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9.
그림책시렁 1647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김미희
키위북스
2020.6.5.
그림님이 철모르고 살던 지난날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담아냈다고 하는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라고 합니다. 털가죽으로 지은 옷이면 ‘산짐승’을 잡아서 목숨을 빼앗고서 털가죽을 벗깁니다. 사냥한 짐승한테서 털가죽을 빼앗고, 사람이 고기짐승으로 여기며 가두는 곳에서 벗깁니다. 마땅한 대목인데 이를 까맣게 모를 수 있구나 싶어 살짝 놀랐습니다. 숱한 사람은 털가죽을 어떻게 얻는지 그야말로 모르는 채 목숨만 잇는 셈이거든요. 숱한 사람은 털가죽만 모르지 않아요. 나락이 어떻게 쌀이 되는지 모릅니다. 수박과 과일이 어떻게 가게에 놓이는지 모릅니다. 이 나라가 어떤 꼴로 굴러가는지 하나도 모를 테고, 어떤 뒷짓과 뒷돈과 뒷장난이 춤추는지 아예 모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굳이 모든 뒷자락을 알아야 하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모든 뒷꿍꿍이를 캐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손수 살림을 짓는 자리에 있다면, 아주 조그마한 세간 하나를 문득 바라볼 적에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아주 작은 무엇을 얻을 적마다 “어디서 났어? 어떻게 얻었어?” 하고 묻습니다. 우리는 ‘어른’이란 옷만 입은 채 이 터전하고 그저 등진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아홉꼬리여우를 내세워서 ‘바보사람’한테 앙갚음을 한들 안 바뀝니다. 쳇바퀴는 똑같습니다. 주먹다짐 같은 앙갚음이 아닌 ‘짓기’를 보여주어야 비로소 나부터 바꾸고 나란히 가다듬습니다.
ㅍㄹㄴ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김미희, 키위북스, 2020)
많은 사람들이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거나 장신구를 하고 있었지
→ 사람들은 털가죽옷을 입거나 노리개를 하지
→ 사람들은 털가죽옷을 입거나 꾸미개를 해
6쪽
진짜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 참말로 볼 줄은 몰랐어요
8쪽
가을 겨울을 한 번씩 지낸 게 전부지요
→ 가을 겨울을 한 철씩만 지냈지요
→ 가을 겨울을 한 철 지내고 말았지요
12쪽
커다란 건물 안에는
→ 커다란 집에는
→ 커다란 곳에는
18쪽
동물 혼령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어
→ 짐승넋이 하나둘 나타나 둘레를 맴돌아
→ 들짐승넋이 하나둘 나타나 곁에서 맴돌아
20쪽
자기 옷이 뭘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다니 참 한심하구나
→ 제 옷을 뭘로 지었는지도 모르다니 참 바보로구나
→ 제 옷을 어찌 지었는지도 모르다니 참 가엾구나
23쪽
신나게 박수를 쳤어
→ 신나게 손뼉을 쳤어
24쪽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어
→ 깊고깊은 멧골로 들어갔어
35쪽
구미호로 남기로 했지
→ 아홉꼬리로 남기로 했지
→ 꼬리아홉여우로 남았지
3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