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른이라는 분 (2025.4.21.)

― 대구 〈산아래詩〉



  여러모로 보면, “요즘은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는 분이 부쩍 늘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어른이 사라졌다”고 말할 까닭은 아예 없다고도 느껴요. 우리가 ‘어른’이라 여기는 분 가운데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어른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어른으로 삼는 모든 분은 어릴적부터 “‘개구쟁이·말괄량이’로 뛰놀면서 ‘어른곁에서’ 마음껏 꿈을 키우고 사랑을 그린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직 어른이 아닌 개구쟁이 아이’들은 ‘하나둘 숨을 내려놓고서 떠나는 어른’을 마주했고, 여태 나무그늘이요 별빛이요 해님으로 곁에 있던 어른이 사라진 자리를 느끼는 그때부터 “내가 오늘부터 스스로 어른으로 일어서는 길을 찾아나서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사라진 어른을 찾아서 기대거나 말씀을 여쭈려는 길”이 아닌, 바로 우리가 “스스로 어른으로 서고 나누고 사랑하는 길”을 생각하고 찾아나서면 넉넉한 노릇이지 싶어요. 이제부터 우리가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어른스럽게 말하고, 어른스럽게 웃고 울고 노래하고, 어른스럽게 살림을 짓고, 어른스럽게 서로서로 어깨동무하고, 어른스럽게 아이곁에서 스스럼없이 나무그늘에 별빛에 해님으로 나란히 서면 즐겁다고도 느껴요.


  대구로 책마실을 가는 길에 〈산아래詩〉를 찾아갑니다. 책집으로 가는 길은 자꾸자꾸 오르막입니다. 가만히 보니 멧자락을 바라보는 ‘멧밑마을’에 책집이 있습니다. 마을사람으로서 멧밑에 깃든 분으로는 ‘멧마을책집’이면서, 대구에서 푸른빛을 헤아리는 책터입니다. 먼발치에서 마실하는 발걸음으로는 “대구는 큰고장이되 이렇게 너른멧숲을 품은 푸른터”이기도 한 줄 느끼는 하루입니다.


  여러 책을 헤아리면서 생각합니다. 언제나 저는 저부터 어른이 되려고 합니다. “좋은 어른”도 “훌륭한 어른”도 아닌, “아이곁에서 어른”이려고 합니다. “시골에서 푸른어른”이려고 합니다. 글붓을 여미는 “수수한 글어른”이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낱말책을 여미는 삶이니 ‘낱말어른’이 될 만하고, 책벌레라는 삶이니 ‘책어른’으로 걸어도 어울립니다.


  무엇보다도 ‘걷는어른’으로 살면서 ‘풀꽃어른’이라는 이름이 반갑습니다. ‘노래어른’이자 ‘살림어른’으로 피어나기를 바라고, ‘하늘어른’이나 ‘별빛어른’이나 ‘사랑어른’으로 일어서는 길을 헤아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저마다 어른이라면 속으로 ‘아이빛’을 품는다는 뜻입니다. 아이빛하고 어른빛은 늘 함께 흐릅니다. 아른아른 알아가면서 어른어른 어질게 눈뜨는 오늘이란 ‘사람길’입니다.


ㅍㄹㄴ


《기계라도 따뜻하게》(표성배, 문학의전당, 2013.5.6.)

《어른이 되어가는 너에게》(추연섭, 밝은사람들, 2012.12.20.첫/2020.12.10.2판2벌)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황화섭, 몰개, 2023.7.28.)

《그래도 일요일》(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5.3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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