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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 이훤의 4월 ㅣ 시의적절 4
이훤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9.11.
다듬읽기 271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의 4월)》
이훤
난다
2025.4.1.
적잖은 분이 “좋은 의견입니다” 같은 말씨를 쓰는데, ‘무늬한글’입니다. ‘시늉한글’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우리말씨로는 “맞습니다”나 “옳습니다”나 “어울립니다”나 “잘 들었습니다”나 “잘 보았습니다”로 다듬을 노릇입니다.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의 4월)》는 책이름부터 옮김말씨인데, 요새는 숱한 글이 이렇게 옮김말씨입니다. 또는 일본말씨이고, 때로는 ‘일본옮김말씨’이기까지 합니다. 영어를 할 적에는 ‘영어’를 해야겠지요. 우리말을 하듯 영어를 한다면 이웃나라에서는 못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말 아닌 옮김말씨나 일본말씨나 일본옮김말씨로 뒤틀어도 이럭저럭 알아들을 뿐 아니라, 글(문학·기사·논문)을 이렇게 써야 하는 줄 잘못 알고, 더구나 바깥말씨를 가르치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젊은이도 어린이도 어르신도 노래를 즐거이 품는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요. 삶이 베푸는 노래를 찬찬히 나누고 누리기를 빕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말을 그리면 됩니다. 말은 마음을 그리면 됩니다. 마음에는 삶을 그리면 되고요.
ㅍㄹㄴ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이훤, 난다, 2025)
시간은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 젊은이는 살면서 노래를 믿는다
→ 삶은 꽃한테 노래를 베푼다
→ 봉오리는 살아가며 노래를 본다
→ 젊은이는 노래를 삶으로 품는다
9쪽
오늘은 열 개의 거짓말을 했고 열 개의 돌이 쌓였습니다
→ 오늘은 열 가지 거짓말을 했고 열 가지 돌을 쌓았다
→ 오늘은 거짓말을 열 했고 돌을 열 쌓았다
12쪽
내 위로 딛고 오르려면 다른 돌이 필요합니다
→ 나를 딛고 오르려면 돌을 더 쌓아야 합니다
→ 나를 딛고 오르려면 돌이 더 있어야 합니다
13쪽
돌들이 미끄러져내립니다
→ 돌이 미끄러집니다
14쪽
대설주의보를 전하려 대설 속으로 들어간다
→ 눈보라를 알리러 눈보라를 맞는다
→ 큰눈을 알리러 큰눈을 맞이한다
18쪽
배회하기 좋은 계절이다
→ 떠돌 만한 철이다
→ 거닐 만한 때이다
22쪽
타지의 첫 얼굴은
→ 낯선곳 첫 얼굴은
→ 이웃 첫 얼굴은
24쪽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세요. 몸이 길어집니다. 우리는 활공합니다
→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세요. 몸이 깁니다. 우리는 바람탑니다
→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세요. 몸이 길어요. 우리는 날아갑니다
28쪽
누군가는 그것을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 누구는 이를 때라고 합니다
→ 이를 하루라고 합니다
33쪽
다른 보폭으로 서로의 앞에 도착한 두 사람
→ 다른 걸음으로 서로 만나는 두 사람
→ 다르게 걸어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36쪽
마음이란 거, 항상성이란 거 지키기 쉽지 않아서 매일 달린다
→ 마음을, 늘 지키기 쉽지 않아서 날마다 달린다
→ 마음을, 그저 지키기 쉽지 않아서 늘 달린다
37쪽
최초의 용서가 시작한 사랑을 내 안으로 초대하면
→ 처음 보아주는 사랑을 내가 속으로 품으면
→ 처음 받아들인 사랑을 마음으로 모시면
→ 내가 처음 봐주는 사랑을 속으로 품으면
→ 내가 처음 풀어준 사랑을 마음으로 모시면
56쪽
이동중인 자들은 소실되지 않는 집을 찾고 있다
→ 돌아다니는 이는 잃지 않는 집을 찾는다
→ 떠나는 사람은 안 사라지는 집을 찾는다
61쪽
시간 내어 약속을 잡았다면, 적극적으로 서로를 침범하자는 함의다
→ 짬내어 만나기로 한다면, 서로 신나게 넘보자는 밑뜻이다
→ 틈내어 날을 잡는다면, 서로 나서서 들어가자는 뜻이다
68쪽
어떤 독서는 차폐된 인간도 뚫어버린다
→ 어떤 책은 닫힌 사람도 뚫어버린다
→ 어떤 책을 읽으면 막힌 사람도 뚫는다
76쪽
복수의 이미지 앞에서 우리의 상상력은 세세해지고
→ 우리는 그림을 여럿 보면 촘촘히 생각을 뻗고
→ 우리는 여러 그림을 보면 꼼꼼히 생각을 하고
82쪽
폭설을 뚫고 자라난 존재는 사월의 속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 눈벼락을 뚫고 자라난 빛은 넷쨋달 흐름을 어떻게 살피는가
→ 눈보라를 뚫고 자라난 싹은 넷쨋달 하루를 어떻게 읽는가
86쪽
부모의 사랑에 왜 우리는 인색할까
→ 왜 우리는 어버이 사랑에 꽁할까
→ 왜 우리는 내리사랑에 다라울까
147쪽
살기 시작하는 순간 그곳에서 이국적인 느낌은 옅어지고 이국만 남는다
→ 처음 사는 때부터 그곳은 낯설지 않고 다른나라일 뿐이다
→ 살아가는 날부터 그곳은 남다르지 않고 옆나라일 뿐이다
→ 이제부터 살면 그곳은 새롭지 않고 먼나라일 뿐이다
165쪽
선택적으로 읽고 싶은 대상이요
→ 골라읽고 싶은 일이요
→ 가려읽고 싶은 길이요
20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