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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인 말이
조남숙 지음 / 월간토마토 / 2024년 9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8.27.
다듬읽기 238
《뒤섞인 말이》
조남숙
월간토마토
2024.9.13.
‘공모전·백일장 글’을 모았다고 하는 《뒤섞인 말이》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글겨룸이나 글자랑이나 글잔치를 펴는 곳에 걸린 글이니 여러모로 남다를 만합니다. 남보다 잘 썼다거나 돋보인 글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삶을 그려서 담아내는 글이라기보다는 글로 겨루거나 자랑하거나 잔치하는 자리에 맞추느라 여러모로 ‘뒤섞’입니다. 문득 우러나오면서 쓰는 글이 아닌, “자리에 맞추어서 보람(상)을 따낼 만한 틀”을 세운 글이에요. 이때에는 속내나 속삶보다는 겉모습과 겉얼굴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쓰든 다 ‘글’일 테지만, ‘마음글’이나 ‘삶글’하고는 먼, ‘겉글’과 ‘시늉글’에 갇히기 쉽습니다. 겉글이나 시늉글은 다른 글보다 튀려고 자꾸 꾸미는 길로 빠집니다. 그래서 “글을 일부러 어렵”게 꼬아요. 글을 꾸미려고 하니, 삶을 수수하게 드러내면서 생각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길이 아닌, 남하고 그저 다르기만 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늪에 잠기기 일쑤입니다. 이른바 글보람(문학상)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우리나라에 글보람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사람한테도 글한테도 나무한테도 ‘첫째 둘째 셋째’ 같은 자리를 매길 수 없고, 매길 까닭이 없습니다. 더 나은 삶이나 더 나쁜 삶이란 없거든요. 그저 삶을 바라보는 길일 적에 그야말로 글이 저절로 빛납니다. 터럭만큼이라도 꾸며쓰기를 하려고 들면, 마음도 삶도 글도 치레늪에서 허덕입니다.
ㅍㄹㄴ
《뒤섞인 말이》(조남숙, 월간토마토, 2024)
여러 생각이 두려움과 연결될 때, 머뭇거리게 된다
→ 생각하다가 두려우면 머뭇거린다
→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두려우면 머뭇한다
7쪽
내 글이 차곡차곡 폴더에 쌓이던 어느 날
→ 글을 차곡차곡 쌓던 어느 날
→ 글을 글집에 차곡차곡 쌓다가
8쪽
스무날째 장마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 스무날째 온나라에 장마가 드세다
→ 스무날째 온나라에 장마가 내리친다
15쪽
일상생활이 더욱 불편해질 것이다
→ 하루가 더욱 지치게 마련이다
→ 삶이 더욱 괴롭고 만다
18쪽
그런데도 떠남을 갈망한다
→ 그런데도 떠나기를 바란다
→ 그런데도 떠나고 싶다
24쪽
아무리 뒤뚱거리는 순간이 있었다고 해도
→ 아무리 뒤뚱거린다고 해도
→ 아무리 뒤뚱거리더라도
37쪽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37쪽
모든 만남은 처음이라는 순간에서 시작한다
→ 만나면 처음이다
→ 누구나 처음으로 만난다
→ 누구나 만나면서 처음이다
53쪽
좋은 사람에게 취(醉)하는 시간은 소극적이고 두려웠던 시간의 그림자이며
→ 좋은 사람한테 끌리는 때는 뒷짐지고 두렵던 그림자이며
→ 좋은 사람한테 기우는 나날은 수줍고 두렵던 그림자이며
53쪽
후유증이 이렇게 좋은 생각을 주기도 한다
→ 앓다가 이렇게 생각이 나기도 한다
→ 멍울꽃이 이렇게 열매를 맺기도 한다
→ 곪았지만 이렇게 새로 피어나기도 한다
64쪽
이곳 푸른색은 이곳에서만 존재하는 신비함이 있다
→ 이곳 푸른빛은 이곳에만 있기에 반짝인다
→ 이 푸른빛은 이곳에만 있기에 남다르다
73쪽
청결을 강조하는 삶을 사는 우리들
→ 깨끗해야 한다고 억누르는 우리
→ 깔끔살이를 밀어붙이는 우리
83쪽
욕망(慾望)이 아니라 욕망(欲望)으로써 소망은
→ 바라기보다 노리는 마음은
→ 꿈이 아니라 기웃거린다면
→ 그리지 않고 달아오른다면
95쪽
나에게 부산 여행은 낭만이라는 명사와 동의어였다
→ 나는 부산마실이 즐겁다
→ 나는 부산나들이가 즐겁다
104쪽
구입한 몇 권 책으로 배낭이 무거워졌다
→ 책을 몇 사니 등짐이 무겁다
→ 산 책 몇 자락에 짐이 무겁다
108쪽
천변 따라 작은 집들이 있었다
→ 물가 따라 작은집이 있다
→ 냇가 따라 작은집이 있다
137쪽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한 인생 종지부가 아니다
→ 한 사람이 죽기에 삶이 하나 끝나지 않는다
→ 한 사람이 죽더라도 한삶이 멈추지 않는다
160쪽
내가 돌진해 간다
→ 내가 달려간다
→ 내가 뛰어든다
180쪽
직접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시간일 것이다
→ 바로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뜻을 읽는 틈이다
189쪽
여하튼, 잘하는 사람 능력을 골고루 나누려는 마음의 놀이의 출발이었지 싶다
→ 아무튼, 잘하는 사람 재주를 골고루 나누려는 마음놀이부터였지 싶다
233쪽
못하는 사람도 배제하지 않았던 순연한 마음
→ 못하는 사람도 쳐내지 않던 깨끗한 마음
→ 못하는 사람도 빼지 않던 오롯한 마음
→ 못하는 사람도 끊지 않던 참한 마음
233쪽
기득권자는 큰 노력 없이 신뢰를 얻고
→ 힘있으면 안 애써도 믿고
→ 윗자리는 그냥 믿고
→ 벼슬꾼은 그저 믿고
2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