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신할미전 - 곰배령의 전설
조영글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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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캐릭터북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낸다. 교과서뿐 아니라 그림책도 청소년문학도 매한가지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터무니없는 고름을 짚거나 따지지 않더라. 더 두고볼 수 없는 노릇이라 여겨서 까칠글을 하나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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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7.15.

그림책시렁 1599


《곰신할미전, 곰배령의 전설》

 조영글

 창비교육

 2025.4.10.



  ‘레이와(令和·2019)’라는 이름이 붙은 뒤에 나온 일본 어린배움터 길잡이책을 헌책집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린배움터 길잡이책하고 견주려고 목돈을 들여 장만했고, 우리집 열여덟·열다섯 살 두 아이한테 보여주었더니 “무슨 교과서가 아니고 캐릭터북이네!” 하더군요. “우리나라 길잡이책은 이보다 훨씬 캐릭터북인데?” 했더니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하더군요. 우리나라 배움터 얼거리나 이름이나 책은 하나같이 일본틀과 일본책을 따라했습니다. 아직 이 틀을 못 벗어납니다.


  요새는 한물결(한류·K-)이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일본보다 더 ‘캐릭터북’으로 치닫는데, 《곰신할미전, 곰배령의 전설》은 그림책이라기보다 그냥 또다른 ‘캐릭터북’입니다. ‘-전(傳)’이라 붙이는 이름은 중국말씨입니다. “-의 전설(-の傳說)’이라 붙이는 이름은 일본말씨입니다. ‘곰할매얘기’가 아닌 중국스럽고 일본스러운 이 ‘캐릭터북’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시골할매 마음’을 줄거리로 담는 듯싶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자면 시골스럽지도 숲스럽지도 시골집스럽지도 할매할배스럽지도 않아요.


  우리는 뭘 보는 오늘일까요? 우리는 아이한테 무슨 얘기를 들려주거나 남길 수 있을까요? ‘그림’이란 “그린 마음”입니다. “눈으로 보도록 그린 빛”을 따로 ‘그림’이라 합니다. 이와 달리 ‘캐릭터·캐릭터북’은 “귀엽게 꾸민 겉치레·허울·껍데기”입니다. 이제는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이름을 바꿀 노릇이라고 여깁니다만, 정작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책만큼은 거꾸로 ‘애완·캐릭터북’으로 치닫고 맙니다. ‘애완·캐릭터·귀염’이 아닌, 그저 “마음을 그리는 이야기”를 찬찬히 붓질로 담아내어 물려줄 수 있어야 비로소 ‘어른’이지 않을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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