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3.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부너미 글, 민들레, 2019.2.28.



집안일을 하면서 쉰다. 밥과 국을 끓이면서 쉰다. 빨래를 하면서 쉬고, 이럭저럭 일거리를 추스르고서 등허리를 편다. 바람소리에 묻어내는 멧새소리를 귀담아듣는다. 확 줄었지만 꾸준히 노래를 베푸는 개구리가 우리 마을과 들녘에 얼마나 남았나 하고 어림하면서 쉰다. 낮새가 쉬는 저물녘부터는 밤새가 노래하는 결을 헤아린다. 아무 일을 안 하기에 쉬지 않는다. 일을 하기에 쉬고, 일을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일을 맺으면서 마음을 돌아본다. 저녁을 차려 놓은 뒤에 세 사람이 알아서 먹으라 하고는 폭 쉰다. 오늘은 오늘몫을 했으면 넉넉하다고 여긴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꽤 잘 나온 책이지 싶다. 첫머리에 실은 글은 아쉬웠으나, 뒤쪽으로 갈수록 깊고 넓게 스민 이야기가 돋보인다. ‘-주의자(-니스트)’라고 해서 무엇을 하거나 안 해야 할 까닭이 없다. ‘좋아하기’이기에 스스로 길들이거나 묶거나 옭아매면서 갇힌다. ‘좋아하기’는 곧장 ‘팬덤’으로 기울면서 ‘남과 나를 나란히 가두’려고 하기에 힘으로 누른다. 그래서 ‘주의자·좋아하기·팬덤’이 아니라 ‘사랑’을 바라볼 노릇이다. 사랑이라면 어느 길에 서든 ‘나부터 틔우’고 ‘너를 함께 열’면서 ‘우리가 함께 날갯짓하는 새터’를 짓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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