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21.
오늘말. 짚다
목소리만 고래고래 앞세울 적에는 스스로 안 한다는 뜻입니다. 말로는 읊으나 제날짜를 안 지킬 적에는 남한테 떠넘긴다는 뜻입니다. 죽음집이라서 안 살 만하지 않습니다. 누가 삶을 잇지 못 한 채 수렁으로 남은 집이라면, 우리가 이러한 수렁을 씻을 수 있어요. 남이 달래거나 다독이거나 풀어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멍울을 달래고 생채기를 다독이면서 새살이 돋아요. 저마다 곱씹고 언제나 헤아리면서 차근차근 짚으면서 바꿉니다. 하나하나 세고 곰곰이 되짚고 다시 따지면서 가꿉니다. 어느 일을 하건 늦지 않습니다. 무슨 말을 하건 알맞습니다. 언뜻 보면 제때 못 하고 미적거리는 듯하지만, 이동안 배워야 할 나날이 있어요. 얼핏 보면 도무지 안 걸맞을 뿐 아니라 왁왁 소리칠 뿐이지만, 이러면서 배워야 할 길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그저 낱말 하나일 테지만, 서로 말하고 나누고 생각하고 돌아보는 사이에 말씀(말씨)으로 피어나더니, 어느새 말꽃으로 피고 말숲을 이룹니다. 첫발을 뗄 적에는 마냥 허울을 내걸거나 앞세우며 딱딱 때리는 듯하더니, 되새기고 되살피노라니 늘 다르게 뜻이 있구나 싶습니다. 이제 셈밭을 갈면서 제대로 바라봅니다.
ㅍㄹㄴ
말·말꼴·말붙이·말씀·말하다·목소리·목청·걸다·내걸다·고래고래·앞세우다·외치다·읊다·읊조리다·뜻·소리·소리치다·하다 ← 주의주장(主義主張)
제때·제대로·제날·제날짜·늦지 않다·안 늦다·맞다·알맞다·걸맞다·들어맞다·딱·좋다 ← 정시(定時)
죽은집·죽음집·께름집·꺼림집·수렁집 ← 사고물건(事故物件·じこぶっけん/사고매물)
세다·셈하다·셈꽃·셈빛·셈밭·짚다·따지다·곱씹다·헤아리다·돌아보다·둘러보다·돌이키다·되짚다·되새기다·되살피다·되씹다 ← 결산(決算)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