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지음 / 보림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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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18.

그림책시렁 1571


《꽃에 미친 김군》

 김동성

 보림

 2025.1.7.



  1700년대를 살았다는 김덕형 님 이야기를 다룬 《꽃에 미친 김군》을 읽었습니다. 예나 이제나 돈·이름·힘을 물려받은 나리(양반)는 손에 흙이나 물을 묻힐 일이 없이 한갓지게 글붓만 만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김덕형 님은 기꺼이 흙을 만지면서 풀꽃나무를 곁에 두었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손에 흙을 묻히면서 풀꽃나무를 만지는 차림새는 어떠했을까요? 이 대목을 더 살피지 못 한듯해서 아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호미는 날이 너무 작군요. 날이 좁은 호미(뻘호미)는 뻘밭에서 바지락을 캘 때 씁니다. 밭에서 쓰는 호미(밭호미)는 날이 펑퍼짐하고 큽니다. 밭호미는 ‘작은삽’이라 여길 만합니다. 다만 밭에서도 김매기를 할 적에는 뻘호미처럼 날이 좁은 호미를 쓰기도 합니다. 온갖 풀꽃을 사랑하는 분이 곁에 두는 꽃뜰이라면 흙이 까무잡잡할 테지요.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꽃뜰을 보면, 흙이 너무 허옇습니다, 이만 한 풀꽃밭이라면 흙이 까무잡잡해야 할 텐데 아리송합니다. 게다가 이 그림책에 깃든 풀꽃을 본다면 “심은 풀꽃”만이 아닌 “스스로 돋는 풀꽃”도 많은데, 흙이 허여멀걸 수 없습니다. 또한 달걀꽃(망초)이 너무 많은데, 달걀꽃은 죽어가는 흙인 곳에서 흐드러집니다. 살뜰히 돌본 꽃뜨락에도 이따금 달걀꽃이 오를 수 있으나, 기름진 꽃뜰에서는 달걀꽃이 시들시들하고 조그맣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나팔꽃은 울타리나 기둥 언저리에 심어서 지켜보았습니다. 나팔꽃을 보려고 따로 대나무 작대기를 안 박았습니다. 그나저나 가느다란 대나무를 어떻게 박았을까 하고도 곱씹을 노릇입니다. 가느다란 작대를 박으면 잔바람에도 쉽게 쓰러집니다. 우리나라에도 더러 “줄기를 휜 소나무”가 있기도 하지만, “줄기를 휜 소나무”는 일본 꽃뜰에 흔합니다. 우리는 “곧고 길게 오르는 소나무”를 높이 여겼습니다. 꽃사랑이라면 소나무 줄기나 가지를 함부로 안 휘리라 봅니다. 곧고 길게 올려야 맞을 테지요. 더구나 1700년대인걸요.


  줄기가 휜 소나무 곁으로 등꽃이 수북하게 드리우는데, 등꽃은 어떻게 이처럼 드리울 수 있을까요? 다른 나무나 기둥을 타야만 꽃이 드리우는 등나무입니다. 등꽃이 치렁치렁하려면 따로 굵고 크게 기둥과 지붕을 대야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기둥도 지붕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도 버팀대(지주)를 세우기는 했을 테지만, 버팀대로 땅감이나 고추나 오이를 돌본 곳은 일본이라고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요새야 우리나라도 어디에서나 버팀대를 놓지만, 우리는 버팀대를 그리 안 세운 흙살림이라는 대목을 살펴보아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꽃그릇(화분)을 아예 안 두다시피 했습니다. 일본은 꽃그릇을 따로 집안에 들이는 꽃꽂이를 예부터 즐기고 요새도 즐기지만, 우리는 꽃그릇이 아닌, 그저 흙이라는 터에 숲빛 그대로 자라는 풀꽃나무를 즐겼습니다.


  우리나라 꽃뜨락은 “사람이 함부로 안 건드리면서 아주 가볍게 어루만지는 길”입니다. 1700년대를 살던 김덕형 님 마당에 꽃그릇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첫무렵에 비로소 들어왔다고 여기는 살살이꽃(코스모스)인데, 어떻게 18세기 마당에 흐드러질 수 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박제가 님이 남긴 글에 김덕형 님을 ‘金君’으로 적었다지만, ‘군·양’으로 가리키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마구마구 퍼졌습니다. 이제는 일본말씨인 ‘군·양’을 함부로 안 씁니다. 비록 한문에 ‘金君’으로 남았다고 하더라도, “꽃에 미친 김군”이 아닌 “꽃에 미친 김씨”쯤으로 옮겨야 알맞으리라 봅니다. 수수하게 “꽃아이”나 “꽃돌이”로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문 아닌 한글과 우리말로 삶과 살림과 사랑을 나누는걸요. 더 헤아려 본다면, 김덕형이라는 분은 “꽃에 미쳤다”기보다는 “꽃사랑이”로 가리켜야 어울리겠다고 봅니다. 어린이한테 꽃빛을 들려줄 그림책이라면 “꽃사랑 하루”라든지 “꽃을 사랑한 하루”라든지 “꽃을 사랑한 사람”이라든지 “꽃을 사랑한 아이”처럼 더 수수하게 들꽃빛으로 들꽃말씨를 헤아리면 어울렸을 텐데 싶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ㅍㄹㄴ


《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보림, 2025)


민들레꽃을 신기하게 보던 한 아이가 있었다

→ 민들레꽃을 놀랍게 보는 아이가 있다

→ 민들레꽃을 놀라워하는 아이가 있다

1쪽


담장 위의 나팔꽃이

→ 담 너머 나팔꽃이

→ 담을 탄 나팔꽃이

4쪽


아이가 꽃의 세계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 아이가 꽃누리에 빠져든 때이다

→ 아이는 꽃빛에 빠져든다

5쪽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 이제 어른이 되어서도

→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서도

7쪽


사람들은 그저 김 군이라 불렀다

→ 사람들은 그저 김씨라 했다

9쪽


김 군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밤사이 안부를 살피는 것이었다

→ 김씨는 맨 먼저 꽃이랑 눈웃음을 짓고서 밤사이 잘 잤느냐고 묻는다

→ 김씨는 먼저 꽃하고 눈짓을 하고서 밤사이 잘 지냈는지 살핀다

12


오도카니 앉아 있었고

→ 오도카니 앉고

→ 오도카니 있고

13쪽


고양이 이름을 청화, 백화라고 지었다

→ 고양이 이름을 파란꽃, 흰꽃이라 지었다

→ 고양이를 파랑꽃, 하양꽃이라고 했다

15쪽


하루 종일 꽃만 바라보거나

→ 하루 내내 꽃만 바라보거나

→ 하루를 꽃만 바라보거나

17쪽


금세 자리를 뜨기

→ 곧 자리를 뜨기

→ 이내 자리를 뜨기

17쪽


꽃에 빠져 있을 때 김 군의 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 꽃에 빠진 김씨는 마치 다른 곳에 사는 사람 같다

→ 꽃에 젖은 김씨는 마치 너머에서 사는 사람 같다

17


많은 사람이 이런 김 군을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조롱거리로 삼았다

→ 사람들은 이런 김씨를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놀림거리로 삼는다

→ 사람들은 김씨더러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놀린다

18쪽


하지만 누가 그를

→ 그러나 누가 그를

→ 그런데 누가 그를

19쪽


참다운 의미를 알지 못할

→ 참뜻을 알지 못할

→ 참맛을 알지 못할

19쪽


봄이 오면 꽃에 대한 김 군의 설렘도 기지개를 켰고

→ 봄이 오면 기지개 켜듯 꽃이 설레고

→ 봄이 오면 봄꽃에 설레고

21


여름을 머금은 초롱꽃 덕에 김 군의 마음 또한 풍성해졌다

→ 여름을 머금은 초롱꽃이 피니 김씨는 마음이 넉넉하다

→ 여름을 머금으며 초롱꽃이 피어 마음도 흐뭇하다

24


가을 국화의 은은한 향기는 김 군의 섬세함이 되었고

→ 가을 움꽃 그윽한 내음은 김씨한테 부드러이 스미고

→ 가을 움큼꽃은 그윽히 김씨한테 나긋나긋 감돌고

25쪽


겨울 매화의 고고한 자태는

→ 겨울 매꽃 의젓한 몸짓은

→ 겨울 매꽃 참한 매무새는

→ 겨울 매꽃 눈부신 맵시는

→ 겨울 매꽃 드높은 빛은

27쪽


봄을 기다리는 김 군의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 봄을 애타게 바라는 마음이 된다

→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28쪽


자연을 스승 삼고 꽃을 벗 삼으니

→ 숲을 스승 삼고 꽃을 벗삼으니

29쪽


꽃에 관해서는 그를 넘을 자가 없을 만큼 그 세계가 넓고도 깊다

→ 꽃으로는 그를 넘을 이가 없을 만큼 그릇이 넓고도 깊다

→ 꽃만큼은 누구도 넘을 수 없도록 넓고도 깊다

30쪽


그의 붓 끝에서 이 세상 모든 꽃들이 다시 태어난다

→ 그이 붓끝에서 온누리 모든 꽃이 다시 태어난다

→ 이이 붓끝으로 온누리 모든 꽃이 다시 태어난다

31쪽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

→ 가지가지 눈부시다

→ 무지갯빛으로 아름답다

→ 반짝반짝 빛난다

36쪽


한평생 꽃을 제 몸처럼

→ 한삶 꽃을 제 몸처럼

→ 살며 꽃을 제 몸처럼

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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