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들 - 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
이은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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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17.

인문책시렁 419


《상냥한 폭력들》

 이은의

 동아시아

 2021.11.3.



  이제는 사라진 말이라고 할 ‘사랑의 매’일 텐데, 매질은 터럭만큼도 사랑일 수 없고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주먹질도 사랑이거나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매질은 조금도 상냥하지 않고, 주먹질도 이와 마찬가지로 안 상냥합니다.


  《상냥한 폭력들》은 “미투 이후희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라는 이름을 달고서 나옵니다. 도움이(변호사)로 일하면서 마주한 여러 추레짓을 살펴본 바를 풀어낸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터무니없는 말인 ‘사랑의 매’를 빗대듯 ‘상냥한 폭력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힘과 돈과 이름을 앞세워서 추레짓을 벌이는 모든 이가 겉으로는 상냥한 시늉을 한다는 뜻이라고 해야 할 테지요.


  사랑이라면 누구한테나 언제나 사랑입니다. 몇몇만 귀여워하고 누구는 괴롭힌다면 사랑이 아닌 허울과 눈속임과 괴롭힘질입니다. 상냥하려면 누구한테나 언제나 상냥해야지요. 뭇사람 앞에서는 상냥한 얼굴로 웃지만, 뒤에서는 응큼하고 추레한 손을 뻗는다면 거짓이요 눈가림과 막짓입니다.


  이 책에서 살짝 다루듯 “법은 오래도록 기득권을 지키는 굴레”로 이어왔고, 오늘날에도 이 틀은 고스란합니다. 벼랑끝에 몰렸기에 도움손을 바라는 사람들은 도움이(변호사)한테 목돈을 쥐어주면서 겨우겨우 실낱같은 끈 한 오라기를 붙들 뿐입니다.


  어찌하면 “상냥한 얼굴로 감춘 주먹질”을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요? 상냥한 얼굴로 주먹질을 감추는 모든 무리는 ‘일’과 ‘살림’을 안 하는 무리입니다. 그들은 일을 하는 시늉일 뿐, 늘 높은자리에서 힘과 돈과 이름을 주무를 뿐이고, 집에서 살림을 안 하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남을 괴롭히고 응큼하거나 추레한 짓을 일삼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바보짓을 할 짬이 없기도 하지만, 바보짓을 하려는 마음조차 없습니다. 살림하며 집을 돌보고 아이곁에 있는 사람도 멍청한 추레짓을 할 틈이 없기도 하지만, 추레짓을 하려는 마음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들끼리 있도록 놔두고서 나올 노릇입니다. 응큼하고 추레한 그들끼리 그곳(힘·이름·돈)을 주무르라고 냅두고서 다 나올 노릇이에요.


  추레짓이나 엉큼짓을 하는 이들한테 “징역 10년”이나 “벌금 1억 원”을 매긴들, 그들은 코웃음을 칩니다. 이들한테는 “손빨래·아기돌봄·집안일 20∼30년”을 매기면서 “논일·밭일 20∼30년”을 매기면 됩니다. 일도 살림도 해본 적 없는 그들한테는 일과 살림을 이제부터 모두 스스로 해야 밥 한 그릇 받을 수 있다는 값을 치르라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나아가야 비로소 이 나라가 바뀔 만합니다.


ㅍㄹ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8쪽)


법은 약자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 기득권의 입장에서 운용되어 왔다. (38쪽)


‘미투’ 이후 관련 사건이 더 많아졌느냐고 여러 사람이 묻는다. 그 질문은 정말이지 현실을 모르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질문이다. 성폭력은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있던 일이다. (42쪽)


애매하지만 불쾌하고, 권력 구조상 말하기 어렵고, 여러 번 참았는데도 계속 불쾌한 행동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힘희롱’이다. 성희롱은 ‘힘희롱’의 한 갈래일 뿐이다. (101쪽)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합당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사랑의 매’라는 말로 포장된 교사의 폭력이 난무했다. (115쪽)


‘왜’라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력이 아니라는 선언을 마주하게 된다. (153쪽)


가해자의 죽음으로 모든 법적 절차가 중단되면, 피해자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의 죽음에 대한 동정은 이내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원망으로 치환된다. (267쪽)


+


《상냥한 폭력들》(이은의, 동아시아, 2021)


갑을관계가 명징한

→ 위아래가 뚜렷한

→ 종굴레가 또렷한

→ 더없이 굴레인

27쪽


별책부록처럼 함께 파생되는 논란이 있다

→ 곁딸리는 말썽거리가 있다

→ 덧붙는 골칫거리가 있다

→ 함께 도마에 오르는 일이 있다

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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