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로봇 퐁코 6 - S코믹스 S코믹스
야테라 케이타 지음, 조원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7.

놀면서 자라고 싶어


《고물 로봇 퐁코 6》

 야테라 케이타

 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2.26.



  읽어 주는 마음이란 언제나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어느 글을 읽건, 스스로 더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바꾸겠다는 뜻입니다. 더 낫거나 나쁜 글이란 없습니다. 모두 다른 자리에 서서 빚은 글이요, 누구나 다른 자리에 서서 맞이하는 글입니다.


  붓을 쥐는 손은 이야기를 새롭게 짓습니다. 때로는 날림붓으로 널뛰기도 하고, 거짓붓으로 헤매기도 하지만, 어린이를 바라보려는 붓으로 거듭날 적에는 여태까지 뒤집어쓴 허물을 말끔히 털어내는 노래붓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어린이는 안 서두릅니다. 어린이는 달리고 뛰고 노래하지만 하나도 안 서두릅니다.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려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는 노래하면서 크려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는 놀이와 노래로 사랑을 천천히 배우면서 피어나는 사람입니다.  


  《고물 로봇 퐁코 6》을 읽으면 앞선 다섯걸음하고 매한가지로 “놀고 싶은 작은이(로봇)”가 둘레 뭇사람을 나란히 놀이판으로 끌어들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심부름꾼’으로 부리려고 작은이(로봇)를 만들고서 옆에 두었을 테지만, “스스로 일을 안 하면서 작은이한테 일을 맡기는 사람”으로 바뀔 적에 얼마나 ‘사람빛’을 잊고 잃는지 천천히 깨닫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중에 이르러서야 ‘심부름꾼 작은이’가 아닌 ‘놀고 노래하는 동무와 이웃’이 있어야 하는 줄 받아들이지요.


  오늘날 우리는 어떤 모습일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갖가지 틀(기계)을 부리거나 다루면서 일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걸어다니려 하지 않으면서 쇠(자가용)에 자꾸 몸을 싣습니다. 뛰어놀려 하지 않으면서 셈틀을 켜서 셈틀놀이(인터넷게임)에 사로잡힙니다. 스스로 이야기를 지으면서 둘레에 나누려는 마음은 잊어버리면서 자꾸자꾸 보임틀(텔레비전·영화·연속극·유튜브)에 얽매입니다. 이제는 ‘AI’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람빛’을 아예 망가뜨리려고까지 합니다. 그동안 누구나 손수 가꾸고 짓고 빚고 나누던 살림살이와 이야기와 하루를 온통 종(노예)한테 맡기며 거꾸로 사람 스스로 종살이로 갇힙니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날 수 없습니다. 손수 짓고 차려고 먹은 다음에 손수 치우고 추스르는 밥이 맛나게 마련입니다. 품이 드는 도시락을 손수 싸기에 하루가 든든한데, 이제는 품을 들여서 도시락을 싸기보다는, 모둠밥(급식)을 똑같이 먹고 말아요. “다 다른 몸에 똑같은 밥을 집어넣어서 다 다른 나다움을 스스로 잊고 잃는 굴레”로 치닫기까지 합니다.


  모둠밥(급식)은 몫(인권)이 될 수 없습니다. 예부터 언제 어디에서 모둠밥을 차려서 먹였는가 하고 헤아려 봐야 합니다. 모둠밥은 바로 싸움터에서 싸울아비한테 먹였고, 가둠터에 사람들을 옥죄어 놓으면서 먹였습니다. 일하는 어른과 놀이하는 아이가 모둠밥을 먹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림하는 우리는 모둠밥이 아닌 ‘집밥’과 ‘도시락’을 되찾아야 합니다.


  밥솜씨가 떨어지면, 밥짓기를 배워야지요. 처음부터 밥솜씨가 빼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타고난 솜씨로 밥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차근차근 익히고 가다듬기에 밥짓기를 해낼 뿐입니다.


  《고물 로봇 퐁코》는 어린이뿐 아니라 할매할배도 모든 일을 손수 맡아서 천천히 할 적에 “안 늙고 안 아프면서 오래오래 즐겁게 살림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대목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할매할배는 ‘어르신 돌봄터(요양보호시설)’에 갇히면 하루가 다르게 폭삭 늙다가 어느새 죽고 맙니다. 스스로 해볼 일과 살림이 하나도 없이, 주는 밥을 먹어야 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돌봄터에서는 몸도 마음도 빛을 잃으면서 그저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돈을 쓰는 굴레”일 뿐입니다.


  언제나 느긋하게, 조금이라도 힘들면 넉넉히 쉬면서, 천천히 누벼 보기를 바라요. 언제나 손수 하면서,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다시 배우고 새로 익히면서, 하나하나 누려 보기를 바라요. 우리 두다리는 빨리 걷거나 달려야 하는 몸이 아닌, 땅을 느끼며 이웃하고 오가는 몸입니다. 두바퀴(자전거)는 바람을 씽씽 가르는 탈거리가 아닌, 바람맛과 햇볕을 온몸으로 널리 받아들이면서 들길과 숲길을 돌아보는 탈거리입니다.


  바람을 맞아들이는 발과 손과 몸과 눈과 마음입니다. 마음을 담아 함께 잇습니다. 서로 이은 마음이 차곡차곡 풀씨처럼 깃들어서 자라납니다. 예부터 모든 아기는 어버이 곁에서 뒹굴고 기고 구르고 뒤집고 서고 앉다가 신나게 잠들면서 천천히 자랐습니다. 예부터 모든 어른은 아기를 거치고 아이를 지나면서 푸릇푸릇 무르익어서 든든몸으로 일어섰습니다.


  어린이는 걸어다녀야 합니다. 어른도 걸어다녀야 합니다. 어린이와 어른은 같은 골목과 마을을 거닐면서 만나야 합니다. 어린이가 노래하면서 노는 곁에서 일할 줄 알아야 어질며 슬기로운 어른입니다. 손수 땀흘려 일하는 살림살이를 물려주려는 매무새로 하루를 그리면서 가꿀 적에 비로소 어른답습니다.


ㅍㄹㄴ


“무슨 생각이야, 퐁코? 도망쳐 봤자 아무런 소용…….” “전 교환 당하고 싶지 않아요! 유우나 님이 어머님 손에 이끌려 떠나는 것도 싫어요!” (26쪽)


“난 지금껏 엄마 말을 거스르지 못했어! 로봇처럼 엄마 말만 들었어! 하지만! 난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은걸! 좀만 더 여기 있을래! 여름방학이 끝나면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돌아갈 테니까!” (33쪽)


“나 있지, 줄곧 퐁코,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어.” “제게요?” “처음에 여기서 만났을 때, 로봇한테 이름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해 버려서, 미안해!” (63쪽)


“햄버거!! 너, 너희들, 이걸 사러, 옆마을까지 자전거 타고 간 거야?” (134쪽)


#ぽんこつポン子 #矢寺圭太


《고물 로봇 퐁코 6》(야테라 케이타/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


유우나가 불량 학생이 됐어

→ 유우나가 말썽쟁이가 됐어

→ 유우나가 날라리가 됐어

28쪽


대전하자!

→ 겨루자!

→ 붙자!

→ 해보자!

55쪽


오래 쓰면 맛이 가기 마련이니까

→ 오래 쓰면 맛이 가게 마련이니까

→ 오래 쓰면 맛이 가니까

96쪽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가볍게 밥을 차렸습니다

→ 가볍게 밥자리가 있습니다

→ 가볍게 들고서 가십시오

10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