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18.
《첼로 켜는 고슈》
미야자와 겐지 글·오승민 그림/박종진 옮김, 여유당, 2021.7.10.
벼락눈이 쏟아진다. 갑자기 시골집과 마을이 하얀눈밭이다. 작은아이가 얼른 찰칵찰칵 찍는다. 덩달아 나도 찰칵찰칵 담는다. 겨울눈 아닌 봄눈이요, 내리고서 얼마 안 있다가 모조리 녹는 전남 고흥이기에 손발가락이 안 시리다. 매꽃에도 수유꽃에도, 멧딸기잎과 모과잎에도, 쑥과 잣나물에도 소복소복 눈이 덮지만, 이윽고 감쪽같이 녹으면서 푸릇푸릇한 봄빛이다. 바람이 드세다. 바야흐로 봄이니 봄에 맞게 살림을 그리라고 알린다. 《첼로 켜는 고슈》는 이따금 새롭게 옷을 입고 나오는데 하나같이 아쉽다. 미야자와 겐지 님은 어떤 ‘노래·노래님·노래이웃’을 이 짤막한 글에 담았겠는가? 바로 작은짐승과 풀벌레와 새와 나비와 비바람과 별과 해와 흙과 씨앗과 새벽이 들려주는 소릿가락이 저절로 어우러지는 가락숲(오케스트라)이 되는 줄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 가락숲과 가락빛을 붓끝으로 다들 못 옮기더라. 아무래도 ‘시골 아닌 서울’에서 살며 붓을 쥐는 탓이다. 서울에 눌러앉아서 어떻게 들숲바다를 담겠는가. 시골에서 살지 않으면서 어찌 해바람비를 그리겠는가. 오늘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숲글·숲그림’을 남긴 분은 모두 시골이며 숲에서 한 해 내내 고즈넉이 살림을 지었는데, 이 대목을 못 보는 분이 너무 많다.
#セロ?きのゴ?シュ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