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26. 한 시간째 꿈을 비는



  서울 가운터(센트럴시티)에서 한 시간째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앞으로 한 시간 즈음 더 기다리면 고흥 가는 버스가 온다. 이곳에서 쩌렁쩌렁 누구를 헐뜯는 수다로 거의 한 시간째 떠드는 아지매 둘이 바로옆에 앉았다. 이 두 분은 왜 이곳에서 남을 뜯고 갉으며 웃을까. 그리 궁금하지 않다. 두 분은 나랑 고흥 가는 버스를 타지는 않을 듯하다. 그저 묵은 노래책 하나를 되읽는다. 이미 여러벌 읽은 문익환 님 노래책이다.


  사슬터에 갇혀서 밤비소리에 눈물지었다는 아스라한 이야기를 돌아본다. 나는 이곳 서울 가운터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 쓰고 읽는가.


  열린터에서 거친 막말로 누구를 뜯는 소리에 둘레 다른 사람들이 힐끗힐끗한다. 헐뜯쟁이는 아마 그들 목소리에 둘레에서 쳐다보는 눈길을 받아먹는 듯싶다.


  짐을 모두 내려놓은 자리에 “대나무 아닌 대나무 시늉 플라스틱”이 빽빽하다. 나무가 없이 나무 흉내를 하는 서울이라면, 그냥 꾸밈새가 아닌 이곳 삶자락 속낯이리라 본다.


  서울에도 모든 마을과 길에 들꽃이 오르고 나무가 자랄 수 있기를 빈다. 봄맞이새하고 텃새가 나란히 깃들 나무가 우거지기를 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