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린이랑 놀기 (2024.10.10.)
― 부천 〈빛나는 친구들〉
해마다 한글날을 맞이하면 나라에서도 여러 한글모임에서도 으레 세종임금을 기리는 일을 꾀합니다만, 막상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우리말·우리글을 널리 펴고 가르치는 첫길을 연 주시경을 기리는 일은 없다시피 합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잊는데, 세종임금은 ‘훈민정음’을 폈되, “훈민정음을 가르치는 터전이나 틀”은 아예 하나도 안 마련했고 안 세웠습니다. 이 대목을 궁금하게 여기는 분도 여태 못 보았습니다.
우리글씨인 새글을 가르치고 펴는 일을 주시경에 이르러서야 홀로서기(독립운동)와 맞물려 일으켰다는 대목을 찬찬히 짚을 때라야, 왜 오늘날 우리나라도 숱한 글꾼도 ‘우리말·우리글’을 한말답고 한글다이 쓰는 길하고 먼지 알 수 있어요.
요즈음은 ‘무늬한글’이 넘칩니다. 겉으로는 한글이되, 속으로는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나 중국말씨가 사납습니다. 얼굴이나 몸매만 곱상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곱상하지 않은 줄 안다면, ‘한글쓰기’만으로는 ‘우리말로 글쓰기’가 아닌 줄 깨달을 테지요. ‘우리말로 글쓰기’가 여태 자리잡지 못 한 터라, 어른도 어린이도 정작 우리말과 우리글이 더 어렵다고 여기곤 합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부천 송내초등학교 어린이를 만납니다. ㅇ샘님이 다리를 놓아서 한글날 이튿날에 어린배움터 아이들하고 ‘말·마음·나·너·우리·비·빛·바람·바다’를 하나로 아우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글날이라는 때에 “우리 낱말책을 쓰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대목을 묻는 자리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또 이런 자리를 여는 길잡이가 있으면, 우리 앞길은 환해요.
신나게 이야기꽃을 펴고서 〈빛나는 친구들〉로 걸어갑니다. 큰고장 한복판이지만, 배움터 길잡이와 마을어른이 뜻을 모아서 이 둘레는 “크고작은 새가 날아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숲”이 있습니다. 작은숲을 일구려는 마음이 모이는 곳은 새한테도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이바지합니다. 작은숲이 마을 복판에 있다면, 이 곁에 있는 마을책집을 드나드는 누구나 책빛을 한결 푸르게 누리겠지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면 부딪힐 일이 없습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안 만나기에 다투거나 엇갈립니다. 어떻게 마주하면서 어울리는지 생각할 하루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아이곁에 같이 놀면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곁에서 실컷 놀면서 사랑이라는 눈빛과 몸짓을 베풉니다. 모든 말은 마음에서 싹트고, 모든 마음은 삶에서 자라고, 모든 삶은 말씨 한 톨에서 비롯합니다. 모든 책은 바로 이곳에서 웃고 노래하는 살림빛으로 만나면서 남다르게 짙푸른 숲으로 깨어납니다.
ㅍㄹㄴ
《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박희정, 꿈꾸는늘보, 2024.4.)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조은혜와 10사람, 느린서재, 2024.9.3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