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2.

오늘말. 첫코


이제껏 못 들었으니 모를 테지요. 아직 못 들었으니 안 배웠다고 여기곤 합니다. 들은 적 없대서 손을 놓기도 하는데, 누구도 모르더라도 나부터 알아가면 됩니다. 처음 보니까 낯설 만한데, 처음 겪으니 뚱딴지라고 여기다가는 언제나 쳇바퀴입니다. 첫걸음을 내딛을 때에 비로소 첫단추를 여미면서 새길을 열어요. 처음 듣는다면서 마냥 손사래를 친다면 코흘리개로 갈 뿐입니다. ‘알못’이니까 하나하나 알아보고 알아차리면서 첫삽을 뜨는 하루를 지을 만합니다. 풀지 못할 일은 없어요. 아무도 모른다고 여기면서 팔짱을 끼었기에 첫코조차 안 뜰 뿐입니다. 누가 첫싹을 틔우든 아름답습니다. 첫째로 나아가야 하지 않아요. 둘째이건 다섯째이건 막째이건, 스스럼없이 첫물을 내고서 아직 짧은 길을 느긋이 여밀 노릇입니다. 까막눈이란 눈앞이 까맣게 보인다는 뜻일 텐데, 아무리 밤이 깊더라도 천천히 기다리고 지켜보면 밤눈을 틔우게 마련입니다. 언제까지나 바보인 사람은 없어요. “난 아직 알지 못했어!” 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바다처럼 넓으며 바람처럼 싱그럽게 바라보는 눈썰미를 키웁니다. 철없는 나이기에 이제부터 철든 나로 거듭납니다.


ㅍㄹㄴ


이제껏 못 들었다·여태 못 들었다·아직 못 들었다·듣지 못하다·들은 적 없다·못 듣다·안 들리다·누구도 모르다·누구도 못 보다·아무도 모르다·아직 없다·이제껏 없다·여태 없다·이제 처음·여태 처음·처음 보다·처음 겪다·처음 듣다·처음 있다·풀지 못하다·못 풀다·뚱딴지·뜬금없다·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아직·알못·알지 못하다·새·새로·새롭다·처음·첫걸음·싹트다·움트다·첫길·첫내기·첫단추·첫마당·첫물·첫밗·첫싹·첫씨·첫발·첫손·첫삽·첫일·첫코·첫째·첫터·어줍다·어중이·짧다·철없다·코흘리개·멍청이·까막눈·바보·모르다·몰라보다·낯설다 ← 전대미문(前代未聞)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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