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3.


《만주 아편스쿼드 14》

 시카코 글·몬마 츠카사 그림/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4.4.30.



등허리가 제법 나았구나 싶어서 씻고 빨래를 한다. 사흘 쌓인 빨래가 수북하다. 비비고 헹구어 애벌로 빨라고, 오늘은 모처럼 빨래틀한테 맡긴다. 겨울볕에 보송보송 말리자니 곁님이 나무란다. “거의 나았다는 뜻은 아직 안 나았다는 뜻이잖아요. 이럴 적에 아이들한테 맡겨야 아이들이 빨래를 배울 텐데, 또 혼자서 다 하면 아이들이 언제 빨래를 배우겠어요?” 가만히 듣고서 뉘우친다. 《만주 아편스쿼드 14》을 읽었다. 줄거리가 너무 더뎌서 건너뛰기를 해보는데, 첫걸음부터 열넉걸음까지 썩 제자리걸음만 한다고 느낀다. 이렇게 때리고 밟고 죽이고 괴롭히고 뒷짓을 일삼는 줄거리와 그림을 잔뜩 보여주는 뜻이 있을까? 일본이 얼마나 모질고 사납게 바보짓을 했는지 밝히려는 마음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너무 가볍게 재미를 좇느라 ‘숨빛’을 마주하는 손과 눈이 무디었다고 느낀다. 손도 무디고 눈도 무디기에 마구마구 죽이고 찢고 밟는다. 손도 무디고 눈도 무딘 탓에 총부림과 칼부림이 우리 마음에 어떻게 또아리를 틀는지 도무지 안 살피는 듯하다. 여러모로 보면, 앞잡이는 그저 앞잡이였을 뿐 아니라 허수아비를 잔뜩 세웠다. 사람을 노리개로 삼은 무리는 사람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일 뿐이고.


#満州アヘンスクワッド #鹿子 #門馬司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