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씨나락 까먹는 소리
처음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을 듣던 날을 곧잘 떠올립니다. 어릴 적에는 어린이라서 어떤 말이건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속뜻을 아직 모르더라도, 말을 하는 어른 눈길을 헤아리면서 곰곰이 짚으려 했습니다. 말 같지 않은 말이란 없거든요. 스무 살을 넘기고 서른 살로 나아갈 무렵 얼결에 시골이웃을 만나러 자주 움직였고, 시골일을 비로소 손으로 매만지면서 여태 얼마나 엉터리에 멍청하게 지냈는지 곱씹었습니다. 서울이건 큰고장이건 얼척없는 터전이에요. 풀도 나무도 돌볼 수 없이 매캐한 곳에서 그저 근심걱정으로 앞만 쳐다보며 내달려야 하거든요. 날마다 마주하는 새가 어떤 새인지 모른다면 웃기는 삶입니다. 봄이면 깨어나는 풀벌레를 눈여겨보지 못 하면 헛물을 켜고 헛바람이 든 하루입니다. 그러나 여태 몰랐을 뿐인 줄 받아들이고서, 이제는 나한테 안 맞는 터전을 스스럼없이 떠난다면, 구태여 아닌 짓과 말을 꾸며야 할 까닭이 없으면서, 허울도 허방도 씻을 만하다고 느꼈어요. ‘씨나락’이란 “씨로 삼는 나락”입니다. 시골지기라면 씨나락을 안 까먹지요. 말도 안 되거든요. 새봄에 심을 씨나락을 까먹는다면 그저 바보입니다.
ㅅㄴㄹ
걱정없다·근심없다·그르다·맞지 않다·안 맞다·바르지 않다·뜬금없다·마땅찮다·마뜩잖다·바보·말이 안 되다·말도 안 되다·말 같지 않다·건방지다·몹쓸·못된·사납다·괘씸하다·고약하다·구태여·굳이·씨나락 까먹는 소리·아니다·아닌 말·안 그렇다·안 어울리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얼척없다·터무니없다·턱없다·멍청하다·엉터리·옳지 않다·웃기다·틀리다·잘살다·잘 있다·허방·허울·허튼·헛것·헛되다·헛다리·헛발·헛물·헛바람·헛심·헛일·헛짓·헛짚다 ← 가당찮다(可當-), 가당치 않다, 당찮다(當-), 당치 않다)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