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좀 추워 봐 2025.1.16.나무.



날씨가 추운 줄 알아야 옷을 껴입어. 날씨가 추운 줄 모르면 맨몸으로 멀쩡히 지내. 손발이 얼거나 트기에 손발을 감싸야 하는 줄 알면서 옷을 지어. 손발이 안 얼고 안 트면, 신이나 손싸개를 걸칠 까닭이 없어. 여름에는 좀 더워 보아야 몸이 더위에 맞추어서 거듭나. 조금 덥다고 해서 “안 덥도록 집을 바꾸”면, 몸은 그만 힘(빛)을 잊고 잃으면서 아주 쉽게 무너져. 조금 춥다고 해서 “안 춥도록 집을 덥히”면, 몸은 다시 힘(빛)을 잊고 잃으면서 그만 폭삭 주저앉아. 물에 들어가 보아야 헤엄을 배운단다. 두 다리로 서야 땅바닥을 디디고 걷지. 맨손으로 흙과 나무와 돌과 비와 해를 만져야 빚기·짓기·가꾸기·일구기를 배워. 조금 배고프다고 해서 허겁지겁 먹으면, 몸이 굼뜨고 무거워. 모든 삶은 모두 다르게 배우는 길이야. 한 해 365날이 모두 다르고, 해마다 다시 모두 달라. 올해 1월 1일하고 지난해 1월 1일이 같을 수 없어. 늘 다르면서 새롭게 흐르는 날이고, 늘 반짝이면서 깨어나는 철이야. 겨울은 추위를 반기면서 추위를 배우는 길이기에, 좀 추워 보아야 추위를 배워. 몹시 추운 줄 맛보거나 겪으면서 추위를 톡톡히 배워. 여름은 더위를 반기면서 더위를 배우는 길이니까, 좀 실컷 더위를 치르고 누리면서 배우면 될 테지. 모든 사람은 가난도 배우고 가멸(부자)도 배워. 가벼움과 무게를 배우고, 눈물과 웃음을 배워. 어느 하나만 배우려고 한다면, 몸은 이내 기우뚱하다가 무너진단다. 날마다 다른 길을 배우면서 철마다 새롭게 뻗는 바람을 배워 봐. 배우는 사람은 천천히 익히면서 살아가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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