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입으로 쓰다 2025.1.4.흙.
예전에 사람들은 “입으로 말하기”도 했지만, “몸으로 말하기”하고 “살림으로 말하기”하고 “눈으로 말하기”하고 “꿈으로 말하기”하고 “사랑으로 말하기”하고 “생각으로 말하기”하고 “씨앗으로 말하기”를 했어. 요즈음 사람들은 “입으로 말하는 시늉”으로 그치기 일쑤야. 거의 “입으로 소리내기”에 머무르는구나. ‘말하기’란 “마음을 소리로 내기”인데, “입으로 소리내기”만 해서는 마음이 안 드러나. “입으로 소리내기”란 “느끼는 대로 터뜨리기”야. 이른바 ‘감정분출·감정표출’이고, 좋거나 싫거나 나쁘다고 느끼는 대로 마구 터뜨린다는 뜻이지. 그래서 요즈음 사람들은 ‘입으로 소리내기’랑 ‘몸으로 소리내기’랑 ‘돈·이름·힘으로 소리내기’라는 굴레에서 맴도는구나. 누구나 스스로 깨어나려면, 먼저 마음을 소리로 낼 줄 알아야 해. 마음을 말로 드러내고, 몸으로 밝히고, 살림으로 나누고, 눈으로 빛내고, 꿈으로 심고, 사랑으로 이루고, 생각으로 펴서, 씨앗으로 이을 적에 비로소 “말하는 사람”으로 선단다. 마음을 말로 낼 수 있으면, 마음을 글로 쓸 수 있어. “입으로 말하기”가 “입으로 쓰기”로 옮아가지. 그런데 “입으로 소리내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멋있거나 대단하거나 놀랍게 보이는 글을 내놓더라도 ‘글쓰기’가 아닌 ‘글만들기’란다. ‘글만들기’란 “글을 쓰는 시늉”이야. 마음을 내놓아야 ‘말’이듯, 마음을 그려야 ‘글’이야. 마음을 글로 그리지 않거나 못 할 적에는, 몸도 삶도 살림도 사랑도 꿈도 생각도 씨앗도 글로 못 그려. 마음을 말하는 사람으로 서야 비로소 다른 모든 일을 한단다. ‘사람’이라는 몸을 입을 적에는, 몸으로 누린 삶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아. 마음에 담은 삶을 가다듬기에 모든 일이 생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