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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샌드백 : 상
카오리 오자키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0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5.
만화책시렁 687
《개와 샌드백 上》
카오리 오자키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10.30.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서 섬이 아닌 곳은 없습니다. 얼핏 보면 저쪽은 바다가 가까울 뿐 아니라, 훤히 두른다고 여깁니다만, 푸른별에서 뭍은 바다에 대면 참으로 자그맣습니다. 사람이 처음으로 지은 탈거리는 ‘배’입니다. 땅바닥을 오갈 적에 말이나 소를 타기도 했지만, 누구나 으레 걷거나 달렸어요. 물을 건너려고 배를 무었고, 나중에 지은 여러 탈거리도 ‘배’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개와 샌드백》은 끔찍하게 싫던 집을 뛰쳐나온 아이가 서울(도쿄)에서 혼자 일하며 살아가다가 시골집(섬집)으로 돌아온 나날을 그립니다. 서른다섯 해 가운데 앞자락은 섬사람(시골사람)으로 뒷자락은 서울사람으로 지냈는데, 서른여섯 해째는 둘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섬·시골살이로 가닥을 잡는 줄거리입니다. 태어나고 자란 집을 “잠만 이루는 곳”으로 여겼는데, 서울로 가서 지내는 곳도 “잠만 이루는 곳”이었다지요. 싫어서 떠난들 새터에서 잘살지 않습니다. 싫다는 마음부터 지워내고서 “나는 무슨 꿈을 그리나?”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꿈을 그려서 심는 씨앗으로 하루를 살지 않으면 아무리 멀리 떠나도 그냥 섬입니다. 꿈을 그려서 심는 씨앗을 알아본다면, 어디에서나 “스스로 서서” 사랑을 싹틔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도쿄에선 아무도 신경 안 쓸지 모르지만 이 섬에선 좀 창피하지 않아요? 그 나이에 독신이라는 건.” (89쪽)
“왜 돌아왔어요?” “모모. 나는 내 나이는 하나도 안 부끄러워.” (90쪽)
“35년이나 열심히 살아온 걸,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 (91쪽)
“하지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게 잔뜩 있어서, 아름다운 걸 볼 때마다 더 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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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샌드백 上》(카오리 오자키/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尾崎かおり #犬とサンドバッグ
생과 사의 경계선은 어디에나 있다
→ 죽고사는 금은 어디에나 있다
→ 살고죽는 깃새는 어디에나 있다
5
하나뿐인 신호등은 계속 노란색 등만 점멸하고 있으니까
→ 하나뿐인 길불은 늘 노란불만 깜빡이니까
10
회람판은 항상 내가 돌렸잖아
→ 돌림판은 늘 내가 했잖아
→ 알림판은 늘 내가 돌렸잖아
17
이 집 장녀예요
→ 이 집 맏이예요
→ 여기 맏딸이에요
22
예상 외로 엄청 풍작이라서
→ 뜻밖에 푸지게 거둬서
→ 갑자기 엄청 거둬서
50
자기 동생을 바다로 밀어 떨어뜨려서 죽게 만들었어요
→ 제 동생을 바다로 밀어 떨어뜨려서 죽였어요
140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요.” “뭐 해?” “셀프 허그요.”
→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뭐 해?” “혼자 안기요.”
17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