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96
《養兎·山羊》
채동섭 글
화학사
1967.1.10.
토끼를 몇 마리 기르는 동무랑 이웃이 많았습니다. 저잣거리를 돌며 바닥에 떨어진 배추잎이며 시래기를 줍곤 했습니다. 어린배움터에 ‘사육장’이라는 이름으로 닭에 거위에 토끼에 공작새에 여러 짐승을 기르는 울타리가 크게 두겹으로 있었습니다. 아래칸 거위집이나 공작새집을 치울라 치면 위칸 닭우리에서 닭똥이 푸스스 떨어져 머리랑 옷이 닭똥범벅이기 일쑤였습니다. 집에서 토끼를 치는 동무랑 이웃은 토끼털하고 토끼고기를 팔아 조금 벌이를 하고, 어린배움터에서 키우는 닭이 낳는 알은 교장·교감·교사끼리 나눠먹더군요. 예전에는 마을과 배움터에서 어린이는 으레 종처럼 갖은 심부름을 다하면서 툭하면 얻어맞아야 하는 몸이었습니다. 《養兎·山羊》처럼 토끼치기를 다루는 책이 제법 나돌았는데, 요사이는 귀염이나 곁짐승으로만 돌볼 테지요. 토끼털로 뜨개를 하던 지난날이고, 토끼털로 짠 버선이나 조끼가 제법 있었습니다. 토끼띠로 태어난 터라 지난날 어린배움터에서는 “토끼띠인 너희가 사육장 당번을 해야지.” 같은 말을 으레 들었습니다. 짐승우리 치우는 몫을 해마다 몇 달씩 떠안는데 또래는 으레 달아납니다. 동무 하나랑 둘이서 한참 치우며 똥범벅에 땀범벅이 되면, 다른 또래는 냄새난다며 손가락질하더군요. 그늘진 곳에 갇혀 멀뚱멀뚱 마주보는 작은짐승이 가여워서 6학년을 마칠 때까지 갈퀴질·삽질·비질을 끝없이 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