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5.


《강제이주열차》

 이동순 글, 창비, 2019.8.30.



빗방울이 떨어질 동 말 동하는 하루이다. 구름이 물결치는 하늘이다. 두 아이랑 함께 ‘학교밖 청소년 센터’로 간다. 해마다 면소재지 어린배움터에 가서 ‘입학유예신청서’를 쓰고, 또 읍내 ‘센터’에 가서 한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데, 정작 집배움을 하는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나라(교육청·군청)에서 이바지하는 일은 하나조차 없다. 그들은 ‘감시’만 할 뿐이다. 《강제이주열차》는 틀림없이 뜻깊은 글로 여미려고 내놓았으리라 느끼지만, 막상 ‘사람들 목소리’가 아닌 ‘문학으로 남기려는 붓’이 드높았구나 싶다. 글쓴이는 눈얼음길을 오들오들 떨며 이레이고 보름이고 달포이고 걸어 본 적이 없을까. 굶으면서 얇은 차림새로 눈보라를 견디며 아이를 품에 안고 걸은 적이 없을까. 글로만 옮기기보다는 먼저 스스로 눈물나는 얼음길을 걷고 견디면서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 눈망울이 될 노릇이라고 본다. 살내음과 삶내음이 없는 붓끝으로는 이름(명분)만 높다. 그냥 서는 나무도 있고, 덩굴로 움직이는 나무도 있고, 모든 나무도 다 다르게 움직인다. 사람도 저마다 다르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숨결을 잇는다. ‘자료조사 + 증언수집’으로도 얼마든지 글을 엮을 수 있지만, 먼저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삶부터 있어야 할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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