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22.

오늘말. 맏


  우리 언니는 어릴 적부터 앞자리에 서야 했습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으레 맏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보다 앞장섭니다. 언니도 나나 마을 동생처럼 그저 어린이일 뿐인데, 비나리를 지내는 집안에서 맏길인 아버지를 이어 맏자리를 물려받아야 하면서 무척 짐스러이 여겼습니다. 비나리는 왜 사내만 물려받아야 할까요?  첫째로 태어났대서 높꽃으로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나 셋째나 막째가 비나리를 해도 넉넉합니다. 굳이 으뜸이나 버금으로 가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때그때 힘이 닿는 사람이 앞꽃이면 되어요. 나이나 집길로만 세며 꼭두로 삼기보다는, 큰집과 작은집이 서로 돌아가면서 꽃자리나 꽃찌를 이어받는다는 마음이라면 더없이 홀가분하면서 즐거울 만하리라 봅니다. 저는 고삭부리여서 자주 앓아눕고 툭하면 쓰러지고 날마다 숱하게 코피를 흘렸습니다. 언니는 언제나 “넌 네가 하고픈 일을 해. 언니 일은 언니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 하면서 달래었습니다. 마루에 서서 온갖 비바람을 받아내는 언니라는 삶이 새넋이면서 새빛으로 포근하기를 빌며 하루하루 지냈습니다. 도맡는 짐이 아닌, 함께 나누는 살림일 때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앞·앞길·앞자리·앞자락·앞서다·앞서가다·앞장·앞꽃·앞에서·앞목·앞줄·앞날·앞으로·앞살림·앞삶·새롭다·새·새로·새길·새빛·새넋·새얼·새솜씨·높다·높끝·높곳·높별·높꽃·솟다·솟구치다·솟아나다·빽빽하다·뾰족하다·꼭두자리·꽃자리·맏이·맏·맏자리·맏길·으뜸자리·눈부시다·반짝·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 ← 첨단(尖端)


꼭두·꼭두자리·꼭두벼슬·꽃등·꽃찌·꽃자리·꽃터·꽃칸·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높끝·높꽃·높은끝·높은꽃·높은곳·높곳·높은자리·높자리·높은별·높별·높은벼슬·마루·머드러기·미르·온으뜸·으뜸·으뜸자리·첫손·첫손가락·첫손꼽다·첫자리·첫자락·첫째·첫째가다·첫째둘째·크다 ← 일순위(一順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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