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3.


《80년대생들의 유서》

 홍경아 엮음, 홍글, 2020.10.5.



비는 그치고서 볕날로 돌아선다. 이틀 동안 함박비에 젖은 살림을 말린다. 빨래를 새로 한다. 어떤 가을새가 노래하는지 귀를 기울이는데, 새노래보다는 풀벌레노래가 가득하다. 저잣마실을 나가는 시골버스는 바람이(에어컨)를 끈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바람이를 켜네. 저녁에 올려다보는 하늘은 미리내가 가로세로로 하얗고, 별이 초롱초롱하다. 우리가 날마다 별빛을 마주할 적에는 참으로 반짝이는 마음과 숨결로 어울리겠지. 《80년대생들의 유서》를 읽었다. 197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까지 늘 얻어맞고 막말에 시달리는 나날이었다면, 198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부터 이 굴레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199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부터는 한결 폈다.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다지만, 틀림없이 조금씩 거듭나는 삶이라고 느낀다. 다만, 삶이 나아지기는 하되, 안 바뀌거나 안 쳐다보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야말로 이 불수렁을 어찌해야 하는가 싶어 고달프지만 스스로 불수렁에 뛰어들면서 풀밭에 꽃밭으로 일구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처음부터 들숲바다로 나아가서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서나 우리가 스스로 바꾼다. 끝말(유서)이란, 이 삶에 이은 다음살이가 아름답기를 비는 꿈씨앗이라고 본다. 끝말을 쓰기에 첫말을 새롭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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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들의 유서》(홍경아 엮음, 홍글, 2020)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 다른 이 입으로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4쪽


급하게 3개월간 무급휴가를 신청했다

→ 서둘러 석 달 그냥말미를 냈다

→ 부랴부랴 석 달 그냥쉼을 물었다

15쪽


이후에 인생의 끝을 상상하며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 이다음 끝삶을 떠올리며 마감글을 쓴다

→ 앞으로 마감할 삶을 그리며 끝말을 쓴다

22쪽


소비하는 습관도 리셋했다

→ 헤픈 버릇도 끝냈다

→ 들이붓던 일도 버렸다

28쪽


회사 다니면서 많이 느낀 거는 창의적인 걸 하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 일터에서는 새롭게 하고 싶었지만

→ 새길을 짓고 싶어서 일터에 들어갔는데

54쪽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들은 주로 이방인이었던 것 같아요

→ 마음이 잘 맏던 동무는 다들 겉돌았지 싶어요

→ 마음이 잘 맏던 동무는 거의 나그네였지 싶어요

149쪽


한 사람의 인생의 궤적을 따라 같이 걸어보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 한 사람이 살아온 길을 따라 걸어보며 뜻깊었습니다

→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같이 살펴보며 뜻있었습니다

265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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