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4. 큰눈
섣달 첫이레는 큰눈이라는 철눈이다. 나는 해마다 이맘때가 ‘겨울끝’이라고 느낀다. 깊밤이 더 무르익을 동안 더 얼어붙는 듯하더라도 슬슬 취위바람이 바뀌려는 길목이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첫여름 길목인 긴낮을 앞두고서 여름이 끝난다고 느낀다.
간밤에 어느 모지리가 총칼을 앞세우려고 했나 보다. 밤이란 꿈을 그리면서 몸을 쉴 때인데, 꿈그림이 아닌 밉그림에 사로잡혔으니, 딱하고 가엾다. 그러면 우리는 밤새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밤새 불과 누리길(인터넷)을 다 재우고서 별을 그리는 고요누리로 나아가는가?
하루글을 쓴다. 잇달아 노래를 쓴다. 네 사람이 우리 보금숲에서 볕바라기랑 별바라기를 한다. 촛불바라기를 하고 몸을 쉬면서 한참 이야기꽃을 지피고서 포근히 눕는다. 저마다 다른 책을 쥐고서 읽는다. 겨울에는 밤새가 어디 있으려나 하고 어림하면서 하늘을 헤아린다. 어제 한 빨래를 개고서, 오늘 새로 한 빨래는 하루 더 집안에서 말린다.
두바퀴를 고치려면 더 있어야겠지. 그때까지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 나래터를 다니기로 한다. 시골은 더 늙어가며 낡아간다. 할매할배도 푸름이도 똑같다. ‘디지털 교과서’가 아니라, 손에 붓종이를 쥐어 주고서, 호미낫을 나란히 쥐어 줄 일이지 싶다. 손수 가꾸고 심고 돌보고 짓고 나누고 노래한다면, 우리는 어디서나 언제나 서로 다르게 하늘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