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6.

숨은책 947


《한글 전용 특별 심의회 회보 제5집》

 편집부 엮음

 한글전용특별심의회

 1963.8.10.



  1945년에 나라를 찾았다고 여기지만, 정작 우리말을 우리글이라는 그릇에 담는 일을 놓고서 제대로 일을 펴거나 하지는 않은 이 나라입니다. 일본앞잡이가 곳곳에 있기도 했지만, 글밥을 먹는 이들부터 ‘일본나라(일제강점기)’로 억눌리던 때에 하던 대로 “그냥 일본한자말·일본말씨를 쓰는 길”이 수월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들은 “마흔 해쯤 일본글을 쓰고 살았으면 일본한자말도 우리말이 아닌가?” 하면서 우리말·우리글을 멀리했습니다. 《한글 전용 특별 심의회 회보 제5집》은 1963년에 나옵니다. 이 꾸러미를 펴면 1945년부터 열여덟 해가 지난 1963년까지 일본말을 나라 곳곳에서 버젓이 쓴 자취를 읽을 만합니다. 그런데 숱한 일본말을 어떻게 우리말로 풀고 다듬을는지 뜻을 모으는 사람마저 모자랐습니다. 애써 손본 말씨는 자리잡지 못 하는데, 글밥을 먹는 이들은 “예전부터 익숙한 일본한자말”을 그냥 쓸 뿐이고, 우리말씨로 고쳐쓰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곰곰이 보면 ‘한글쓰기’라 외치지 못 하고 ‘한글전용(-專用)’이라는 틀을 못 떨칩니다. 책자취에 “값 안받음”이라 적은 대목은 훌륭하되, 여느 자리부터 우리말로 알맞게 쓰지는 못 합니다. 일본이 물러난 지 여든 해가 지나도록 못 고치거나 못 다듬은 말씨는 앞으로도 그냥 써야 할까요? 아니면 이제부터 고치거나 손볼 수 있을까요?


개인경영(→혼자짓기)

근시안(→졸보기눈)

근로소득(→일벌이)

급식소(→밥주는데)

녹비(→풋거름)

산란(→알슬기·알낳기)

삽목(→꺽꽂이)

권운(→새털구름)

곡자균(→누룩곰팡이)

필경(→글씨살이)

연골(→여린뼈·물렁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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