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29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

 사카베 히토미

 웃는돌고래

 2017.10.12.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사카베 히토미, 웃는돌고래, 2017)에 흐르는 말씨를 돌아본다. 붓으로 그림을 빚을 적에 ‘그림’이라고 말하는 분이 어쩐지 줄어드는 듯싶다. 이 책에서도 엿보듯이 ‘그림’이라고 말하다가도 ‘일러스트’나 ‘페인팅’처럼 영어를 으레 쓰고, ‘작품·작업’처럼 한자말을 쓴다. 그리기에 ‘그림’인데, 그림을 다루는 곳은 ‘그림집·그림가게·그림터’가 아닌 ‘화랑’이란 한자말이나 ‘갤러리’라는 영어를 쓰기 일쑤이다. 어린이하고 푸름이 곁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어진 어른으로서, 말도 말답게 사랑으로 가꿀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ㅅㄴㄹ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림을 그릴 때도 있다. 이른바 라이브페인팅이다

→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그릴 때도 있다. 이른바 바로그림이다

→ 사람들이 지켜보면서 그릴 때도 있다. 이른바 길거리그림이다

35쪽


작품을 공모전에 낼 때가 있다

→ 그림을 너른밭에 낼 때가 있다

→ 그림을 그림밭에 낼 때가 있다

39쪽


이런 페어에서는 화랑을 통하지 않고 직접 내 그림의 고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 이런 잔치에서는 그림밭을 안 거치고서 손수 그림손님을 만날 수 있어서

→ 이런 자리에서는 그림가게를 안 거치고서 바로 그림손을 만날 수 있어서

47쪽


세상은 결국 덕후들이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 온누리는 늘 바라기가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 이 땅은 뭐 즐김이가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54쪽


취미를 가질 틈도 없는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

→ 좋아할 틈도 없는 차가운 이 나라에서

→ 곁놀이라는 틈도 없는 이 겨울나라에서

57쪽


논문을 쓰거나 다른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일종의 모드 전환 시간이 필요하다

→ 배움글이나 다른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결을 바꿀 틈을 내야 한다

61쪽


천재는 좋은 교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 똑똑하면 잘 가르치기 힘들다고 본다

→ 뛰어나면 잘 이끌기 힘들다고 여긴다

66쪽


결국 우등으로 졸업하게 되었다

→ 끝내 꼭두로 끝마친다

→ 마침내 첫째로 마친다

96쪽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웠다

→ 제대로 동무를 사귀기 어려웠다

97쪽


바로 그래서 나와 같은 처지에서 꿋꿋하게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 작가 친구들의 존재 자체가

→ 그래서 바로 나와 같은 자리에서 꿋꿋하게 일하는 또래 그림지기가

→ 그래서 바로 나와 같은 곳에서 꿋꿋하게 일하는 그림동무가 있기에

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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