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8.
《어머니의 신화》
섀리 엘 서러 글/박미경 옮김, 까치, 1995.12.25.
아침에 빨래를 새로 해서 마당에 널며 해바라기를 하는데, 고샅을 지나가는 흰짐차가 우리 집 담벼락에 침을 퉤 뱉는다. 짐차를 모는 이하고 눈을 마주친다. 이분은 어떤 마음이기에 아무 데나 침을 뱉을까. 이녁은 어떤 삶이기에 마을집에 침을 뱉는가. 굳이 이이를 ‘미쳤다’거나 ‘고약하다’고 말할 까닭은 없다. “누워서 침뱉기”라는 옛말 그대로이니,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이녁 스스로 쓰레기로 삶을 보낼 테고, 다른 집에 침을 뱉는 이는 그이 스스로 침질을 실컷 받는 삶으로 마무리하겠지. 17시 시골버스를 타고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한가위가 지났어도 아직 읍내에 쇳덩이가 많은데, 그야말로 아무 데나 세우거나 밀고들어온다. 이제 ‘길’이란 ‘사람길’이 아닌 ‘쇳길’이요, 스스로 넋을 잊고 잃어 바보로 뒹구는 굴레로 ‘길드는’ 데로구나 싶다. 《어머니의 신화》를 읽었다. 이름만 너무 크게 붙인 듯싶다. 남이 예전에 글로 남긴 어머니 이야기를 따오기보다는, 그저 글쓴이 곁에 있는 어머니 이야기를 적는 길이 훨씬 나으리라 본다. ‘남이 쓴 글’을 추리거나 엮어야 ‘학문’이 되는 줄 잘못 아는 분이 수두룩하다만, ‘나와 너가 이룬 우리 삶’을 차곡차곡 적을 적에 비로소 배움길(학문)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