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0. 흙이 없는
부산 동래에서 거제 쪽으로 걷다가 깃털이 뜯긴 새를 본다. 고양이한테 물려서 죽었구나 싶다. 안쓰러운 새를 보다가 두리번거리는데, 새를 옮기거나 묻을 흙이 안 보인다. 모든 땅바닥은 쇳덩이(자동차)가 다니기 좋도록 단단히 틀어막았고, 새가 죽은 둘레에는 나무가 없다. 풀과 나무는 흙이 드러난 땅이 있어야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려서 푸르게 자란다. 잿빛으로 덮는 땅바닥에는 숨결이 깃들지 못 하는 죽음판이다. 땅이 해를 못 쬐고 바람을 못 머금고 비가 스밀 수 없다면, 풀과 나무가 싹틀 틈마저 없다면, 이곳에서 사람은 사람다울 길을 열 수 있을까? 몸을 내려놓은 새가 포근히 쉴 만한 풀밭과 작은숲을 서울·큰고장 한복판에도 곳곳에 마련하기를 빌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