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3.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파비앵 그롤로·제레미 루아예 글·그림/이희정 옮김, 푸른지식, 2017.7.3.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한다. 등짐에 담고서 걷고, 나래터(우체국)에 들러서 글월을 부치고서 쉰다. 다시 걷다가 냇가에 앉아서 바람을 쐬는데, 달리는 쇳덩이한테 치인 범나비 한 마리가 길바닥에서 팔랑거리다가 다른 쇳덩이한테 밟히고 또 밟혔다. 길바닥에 납작하고 붙은 범나비인데, 작은아이가 다가가서 나비 주검을 떼어낸다. 풀밭으로 옮겨 준다.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를 다시 장만해서 아이들하고 읽었다. 이 책을 빌려간 분이 끝내 안 돌려주었다. 일곱 해를 기다리다가 손을 뗀다. ‘새바라기’를 그림으로 살려낸 길이란 무엇인지 짚은 꾸러미인데, 여러모로 무척 애썼구나 싶으면서도 이래저래 아쉽기도 하다. “On the Wings of the World”를 섣불리 “새를 사랑한 남자”로 옮긴 탓일까. 옮김말은 다 알맞을까. 워낙 ‘남자’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는데 불쑥 넣었다. 더구나 ‘새’가 아닌 ‘날개(Wing)’라고 적은 책이름을 슬쩍 바꾸고 말았다. ‘날갯짓’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줄거리라고 여길 만하다. 붓을 쥔 분이 순이였으면 어떻게 그려냈을까? 그림만으로 먹고살 수 없을 테니 아무나 그릴 수 없는 새바라기일 텐데, 우리가 저마다 날갯짓하는 삶길은 어떻게 열고 가꾸고 지으면서 나눌 만한지 곱씹는다.


#OntheWingsoftheWorld #Audubon

#FabienGrolleau #JeremieRoye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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