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23.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이임하 글, 서해문집, 2004.4.28.
하루 일찍 길을 나선다. 이튿날 낮에 진주에서 노래쓰기(시창작) 자리를 꾸리고서, 저녁에는 부산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린다. 옆마을에 06:40에 지나가는 첫 시골버스를 타려고 논둑길을 달리는데, 새벽부터 논에 풀죽음물을 잔뜩 뿌려댄다. 풀죽임물이 살갗에 닿으면 이글이글 소리를 낸다. 풀잎 풀벌레 나비 새한테 닿으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까맣게 태워죽이겠지. 그런데 요새는 ‘까맣게 태워죽이’지는 않는, 조용히 말라죽이는 풀죽임물이 나온다고 하더라. 아무튼 순천을 거쳐서 전주로 간다. 전주에서 〈조림지〉하고 〈책보 책방〉하고 〈한가서점〉을 들르고서 길손집에 깃든다.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를 다시 읽는다. ‘계집’이 나쁜말일까? ‘가시내’가 미운말일까? 우리말로 가리키는 이름이 무슨 뜻인지 다들 까맣게 잊는다. ‘사내·머스마’도 밉거나 나쁠까? 이제는 다들 ‘여성·남성’과 ‘여자·남자’ 같은 한자말로 써야 한다고 여기고, ‘woman·man’처럼 영어를 쓰는데, ‘가시·버시’하고 ‘순이·돌이’를 잊는 나라에는 어깨동무도 살림도 사랑도 없다고 느낀다. 순이를 억누른 돌이는, 바로 돌이부터 스스로 억누른 꼴이다. 둘이 다르기에 둘은 서로 새롭게 바라보며 어울릴 수 있는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