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8.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

 표재명 글, 박정원 엮음, 드림디자인, 2021.11.17.



비가 온다. 빗줄기는 시원스레 쏟아지다가 얼핏 해가 나올 듯하더니 다시 쏟아진다. 빗소리가 매우 시원하다. 빗물을 받아서 마신다. 한가을이 깊어가는 빗물은 하얗게 일렁이는 구름빛을 머금은 환한 맛이다. 이튿날 부산으로 일하러 가는 길에 빗물을 두 병 챙기려고 미리 담아 놓는다. 요즈음 거의 모든 분은 “빗물을 먹는다고요? 더럽잖아요?” 하고 놀라더라. 그런데 빗물이 왜 더러울까? 둑(댐)부터 시멘트더미와 ‘싯누렇게 슨 쇠붙이’ 사이를 거친 물이야말로 더럽지 않을까? 비가 갓 내릴 적에는 아직 빗물을 안 마신다. 30분쯤 지나고부터 빗물을 마신다. 가장 깨끗한 물이 빗물이고, 이 빗물을 흙빛으로 거르기에 샘물이고, 샘물을 들빛으로 새로 걸러서 냇물이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를 읽으면서 놀랍기도 했고 새삼스럽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웠다. 어렵사리 덴마크까지 날아가서 배움길을 걸었다고 하는데, ‘훌륭한 사람’보다는 ‘그분을 낳은 작은 시골과 마을과 들’을 먼저 오래도록 누려 보았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느낀다.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배움길을 나설 적에는 배움씨앗을 사랑으로 맺는다. 오늘날 글바치(학자)는 으레 책상맡에만 있는 터라, 사랑을 모르는 채 딱딱하게 담벼락을 둘러싼 글담에 갇히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