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13.

숨은책 985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

 T.불핀치 글

 장왕록 옮김

 삼중당

 1975.2.1.첫/1981.9.10.중판



  종이가 드물어 값지게 여기던 무렵에는 나라에서 ‘헌종이 모으기(폐품 수집)’를 벌였습니다. 종이 한 쪽을 알뜰히 쓰던 지난날에는 나라에 헌종이를 바치느라 빠듯할 뿐 아니라, 집안 곳곳에 헌종이를 살뜰히 건사하거나 대거나 붙였습니다. 어릴 적에 주전부리를 사는 길에 어머니는 으레 “사려면 종이곽이 있는 쪽으로 사.” 하고 말씀합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종이도, 저곳에서 받치는 종이도, 뭘 알린다면서 가게에서 뿌리는 종이도, 하나하나 모아서 요모조모 되썼어요.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는 1975년에 처음 나온 판이고, 1981년에 부산 어느 곳에서 살던 분이 장만해서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던 분은 겉싸개를 대려 했는데 종이가 모자란 듯싶어요. 200원짜리 달콤이를 사먹은 뒤에 나온 겉종이로 단단히 책싸개로 삼았습니다. 요사이야 달콤이 겉종이쯤은 쉽게 버릴 만하지만, 1981∼82년만 하더라도 글월종이(편지지)로 삼을 만큼 정갈하고 반짝였어요. 그나저나 “TO YOU 님에게 초컬릿 200원 82.2.10.”이라는 글씨가 겉으로 드러나도록 책싸개를 대었어요. 뒤집어서 하얗게만 보이도록 대지 않았기에, 작은책 한 자락은 오래오래 흘러도 지난날 이야기를 포근히 들려줄 수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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