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10.10. 두발로
한글날을 앞두고서 요즘 어린이나 푸름이가 ‘족보’나 ‘두발’이나 ‘시발’을 모른다고 나무란 글이 나돌았다. 참 딱했다. 그런 일본한자말은 몰라도 될 뿐 아니라 진작에 몰아내야 마땅하다. 이 나라 아이어른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해야 아름답고 빛난다.
‘두발’이라 할 적에는 “두발로 걷는다”나 ‘두발자전거’를 퍼뜩 떠올려야 맞다. 두손을 모으고 두팔로 안고 두다리로 나아간다.
일본이 이 나라를 집어삼키면서 함부로 머리카락을 밀었고, 배움터에서나 일터에서나 짧게 쳐야 한다는 외곬에 길들고 말았다. 이러다가 나온 다른 일본말씨가 ‘두발자유’이다.
우리는 ‘머리기르기’나 ‘머리나래’나 “내 머리는 내 마음”이라 하면 된다. “내 머리는 내 마음”을 줄여서 ‘내머내맘’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교복자율화’라면 ‘옷나래’나 “내 옷은 내 마음”이면서 ‘내옷내맘’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물려받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고 사랑을 지필 알찬말과 살림말과 숲말과 사투리와 노래말을 즐겁게 지어서 기쁘게 가꾸어야지 싶다. 아이들이 뭘 모른다고 나무라는 이는 하나같이 꼰대이더라. 아이들이 모를 말을 쓰면 어른이 아니다. 아이들 곁에서 새살림을 지으며 새말을 펼쳐야 어른이다.
이제 쇳덩이에서 내리자. 오늘부터 잿집을 떠나자. 자가용과 아파트를 웃으면서 내려놓자. 두발로 걷고 두다리로 두바퀴를 달리자. 그대가 어른이라면 온누리 아이들하고 나란히 걷고 달리고 얘기하고 노래하겠지. 그대가 어른이 아니라면 잿집을 사고팔며 돈을 벌거나 쇳덩이를 끝까지 부여잡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