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별눈 2024.8.26.달.
하늘에서는 늘 별눈이 내려. 너는 늘 별눈을 보니? 하늘에서 내려서 땅을 덮는 별눈은 모든 곳에 있는 모두한테 드리우면서 모두 하얗게 빛나는 씨앗을 한 톨씩 나눠주지. 두 톨이나 열 톨이나 쉰 톨이 아닌, 누구한테나 한 톨씩 나눠준단다. 모든 사람과 숨결은 꼭 한 톨씩 받으면 돼. 저마다 ‘별눈씨앗’ 한 톨로 마음에 나무를 가꾸고 북돋아서 숲을 이루거든. 여러 톨로 여러 나무를 가꾸거나 북돋울 수 있겠지만, ‘별눈씨앗’ 한 톨은, 몸 하나에 깃든 넋 하나를 가꾸거나 북돋우는 빛이란다. 너도 남도 모두도 별눈씨앗 한 톨로 넉넉하지. 별눈씨앗은 해로 여길 수 있어. 낮을 밝히고 일으키는 해로 낮을 즐겁게 보냈으면, 이제 낮을 재우고 쉬어가는 밤으로 기쁘게 누릴 만하지. 고루 내리고 두루 내리는 별눈이 둘레에 ‘잔뜩’ 남는다고 여겨서 몇 톨을 더 챙기고픈 마음이 들까? 그런데 “남는 별눈씨앗”이란 없어. 풀한테도 돌한테도 새한테도 벌레한테도 개미한테도 모래알한테도 별눈씨앗이 한 톨씩 돌아간단다. 그래서 이 별눈씨앗을 “제 몫인 하나”가 아니라 “제 몫이 아닌 다른 여러 톨”을 억지로 쥐려고 한다면, 넌 오히려 네 넋과 숨결을 못 살린단다. 게다가 “별눈씨앗 여러 톨”을 움켜쥐려고 하면, 넌 “네 몫인 별눈씨앗”을 못 알아보고 말아. 봄에 돋는 풀과 여름에 돋는 풀이 달라. 여름에 보는 별자리와 겨울에 보는 별자리가 달라. 다 다른 줄 알아보려는 눈이야. 다 다르기에 서로 만나고 어울리는 길을 찾으려는 눈이지. 너는 네 눈이 있으면 되기에 별눈을 하나 품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