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7.
숨은책 959
《현대불교론》
孝橋正一 글
석도수 옮김
지양사
1986.6.15.
1979년까지 아예 나올 수 없던 책이 1980년부터 쏟아집니다. 이른바 ‘인문사회과학책’이 너울처럼 나오는데, 곰곰이 보면 거의 일본책을 베끼거나 훔치거나 옮깁니다. 우리 스스로 삶읽기나 나라읽기를 하는 얼거리가 아닌, 일본 글바치가 일본 삶·살림·나라를 읽는 얼거리를 일본말씨를 무늬만 한글로 쏟아낸 셈입니다. 《현대불교론》도 이런 책입니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머리말에 슬쩍 비추는 듯하지만, 막상 책자리(판권)에는 옮긴이 이름만 넣습니다. 전두환은 박정희와 다르게 담벼락을 치우는 시늉으로 인문사회과학책이 마음껏 나오는 길을 여는데, “일본책을 베끼거나 훔치거나 옮긴 판”은 모르는 척했어요. 리영희·송건호·이오덕·성내운·문익환·김지하처럼 이 나라 사람이 쓴 책은 죄다 빨간책으로 삼고요. 스스로 일어서며 깨닫는 글은 틀어막되, 바깥물결은 넌지시 봐주는 얼거리예요. 우리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짓는 길은 짓뭉개고, 남·바깥에 기대는 굴레를 가만히 씌운 덫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아직 스스로 짓고 나누기에는 글결이 얕더라도, 우리 손으로 바탕을 다지고 길을 잡을 노릇입니다. 이웃 글바치한테서도 배우되, 누구나 손수짓기로 새롭게 익힐 적에 비로소 모든 굴레와 덫과 수렁을 걷어내어 숲길을 걷습니다.
이 책은 흔히 보는 불교서적과는 달리 사회과학자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이 우선 특이하다. 저자인 효교정일(孝橋正一)은 경도 제국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용곡(龍谷)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사업 전공의 문학박사이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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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