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7.
숨은책 976
《땅과 집 그리고 재벌》
한국노동교육협회 엮음
돌베개
1990.4.15.
서울에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1995·1998∼99년에는 일터에서 먹고자느라 ‘살림집’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1999년 여름에 일터를 옮기면서 삯집을 따로 얻어야 할 때부터 한 달 일삯 가운데 적잖은 몫은 집삯에 바쳐야 하는 줄 느꼈고, 죽는 날까지 집임자한테 어마어마하게 돈을 치러야 할 뿐 아니라, ‘보금자리’는 꿈 언저리에도 못 닿는 줄 알아차렸습니다. 일에는 높낮이가 없다지만, 일삯은 크기가 다릅니다. 고르게 일하거나 나누는 터전이 아닌 이 나라에서는 치고 빠지듯 집장사로 앉은벌이를 하는 분이 수두룩하더군요. 《땅과 집 그리고 재벌》 같은 책은 여러모로 속낯을 비추는 줄거리에, 바로잡아야 할 나라길을 밝힌다고 느끼면서도, 누가 이런 글을 쓰는지 아리송했습니다. ‘김수현 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비싼집을 거느릴 수 있을까요? 서울이나 서울곁에서 비싼집을 거머쥔 이들이 내놓는 길(정책)이란 으레 가난살림하고는 동떨어지는데, 이쪽이건 저쪽이건 매한가지입니다. 고려대 뒤쪽에 있던 〈장백서점〉에서 장만한 책을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나라잘못을 나무라는 이들도 막상 나라일꾼이란 자리에 서면 왜 하나같이 비나리밥(젯밥)에 눈이 멀까요? 골목집에서 조용히 아이를 낳아 돌볼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을 찾아볼 수 없다면 앞길이 까마득합니다.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애꿎은 농민이나 도시 영세민의 삶의 터전 또는 중소 영세 지주의 토지에 대해서만 토지 수용령을 발동해 왔을 뿐, 정작 수용령을 발동해야 할 대상인 30대 재벌을 비롯한 대토지 소유자의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 수용령을 발동한 예가 없습니다. (7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