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8.


《서점 창업》

 책이있는자리·조준형 글, 독립출판·문우당서점, 2023.9.15.첫/2024.3.15.2벌



작은아이하고 수박마실을 나온다. 면소재지 가게로 두바퀴를 달려서 등짐으로 나르는 수박은 크지만, 시골버스를 타고서 찾아가는 고흥읍 가게는 ‘작은’ 수박만 있다. 그래도 오늘은 작은아이가 등짐에 수박을 담고서 실컷 땀을 내며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어릴 적에 몇 살 무렵부터 수박짐꾼을 했을까? 늦어도 아홉이나 열 살 무렵이다. 언니도 하나 들고 나도 하나 들고, 이렇게 둘을 장만하고서, 다른 살림도 잔뜩 지거나 쥐면서 날랐다.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꽤 덮으나 비를 뿌리지는 않는다. 늦여름 시골은 온통 풀죽임물로 어지럽고 뿌옇고 매캐하다. 비가 좍좍 내려서 씻어 주기를 빈다. 《서점 창업》을 읽었다. 부산 〈문우당〉 지기님이 여민 꾸러미이다. 여태까지 책집 이야기를 쓴 여러 책집지기는 책살림을 꾸린 지 얼마 안 된 채 내놓았다면, 〈문우당〉 지기님은 꽤 긴 나날을 보낸 발자국을 바탕으로 내놓았다. 깨달음에는 ‘오래닦음’하고 ‘몰록깨침’ 두 갈래가 있다. 오래도록 다스리고 갈고닦는 사이에 시나브로 눈을 뜰 수 있고, 어느 날 문득 번쩍하고 눈을 뜰 수 있다. 몇 해 동안 지낸 발걸음으로 태어나는 책이 있다면, 이 곁에는 오랜 발걸음으로 짓는 책이 있을 적에 알뜰살뜰 빛나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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