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개똥이네 책방 30
박선미 지음, 김종도 그림 / 보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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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9.23.

다듬읽기 224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박선미 글

 김종도 그림

 보리

 2016.11.28.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를 읽는데 ‘항꾼에’라는 사투리가 나오기에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전라말 아닌가 싶은데, 경상도에서도 쓰는구나 싶군요. 이 책 곳곳에 ‘울골질·이지렁스럽다·살난스럽다·아치랑거리다·회똑거리다’ 같은 낱말이 갑작스레 튀어나옵니다. 틀림없이 우리말이지만, 이런 몇 낱말을 유난스레 쓰려 하면서 막상 여느 우리말은 제대로 안 씁니다. 싸움말인 ‘대장’을 굳이 써야 할까요? ‘자루’를 뜻하는 일본말 ‘마대’를 굳이 겹쳐서 ‘마대자루’처럼 써야 할까요? ‘여편네’ 같은 말을 구태여 써야 할까요? ‘-게 되다’ 같은 옮김말씨라든지 ‘위·안’을 옮김말씨로 잘못 넣은 대목도 꽤 나옵니다. ‘낙숫물’ 같은 겹말과 ‘휴우’ 같은 일본말씨도 아쉽습니다. 꾸며서 쓰는 말씨가 꼭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남달라 보이는 말씨보다는 수수한 시골말로 추슬러야 어울릴 텐데 싶군요.


+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박선미, 보리, 2016)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단다

→ 다시 둘레를 볼 수 있단다

→ 다시 온누리를 볼 수 있단다

13쪽


정생이 얼굴이 석류처럼 더욱 빨개졌어

→ 정생이 얼굴이 더욱 빨개

→ 정생이 얼굴이 더욱 달라올라

→ 정생이 얼굴이 붉구슬 같아

19쪽


부쩍 고철을 주우러 다녀

→ 부쩍 헌쇠를 주우러 다녀

22쪽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면서 대장처럼 말해

→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면서 꼭두처럼 말해

23쪽


선선히 마대자루를 끌면서 시장 바깥 언덕 쪽으로

→ 선선히 자루를 끌면서 저자 바깥 언덕 쪽으로

25쪽


여편네가 왜 이리 말이 많아

→ 가스나가 왜 이리 말이 많아

→ 이년이 왜 이리 말이 많아

28쪽


조국이 해방되었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어

→ 나라가 풀렸지만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어

→ 나라가 풀려났어도 꼭 기쁜 일만은 아니었어

37쪽


배 안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 배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40쪽


누나도 속울음을 많이 울었어

→ 누나도 속으로 많이 울었어

→ 누나도 속울음이었어

48쪽


복이는 피난길이 길어질수록 점점 정생이 옆에 꼭 붙어서

→ 복이는 떠나는 길이 길수록 더 정생이 옆에 꼭 붙어서

59쪽


온전한 정신을 잃어가는 것만 같아서 정생이는 자꾸 두려워져

→ 정생이는 온넋을 잃어가는 듯해서 자꾸 두려워

→ 정생이는 제넋을 잃어가는 듯해서 자꾸 두려워

64쪽


날갯짓할 만큼 중닭이 되어서

→ 날갯짓할 만큼 푸른닭이 돼서

64쪽


흥얼흥얼 노랫가락처럼 타령 같은 것이 흘러나와

→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와

→ 흥얼흥얼 타령이 흘러나와

→ 노랫가락이 흘러나와

→ 타령이 흘러나와

65쪽


어떡하든 상급학교는 꼭 가야 한다

→ 어떡하든 윗배움터 꼭 가야 한다

→ 어떡하든 웃터 꼭 가야 한다

→ 어떡하든 윗자리는 꼭 가야 한다

68쪽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 나무에 올라간

72쪽


우리나라만의 생활 모습도 알게 돼

→ 우리나라 살림살이도 알아

→ 우리나라 삶빛도 알아가

82쪽


중학교에 가지 못한 목마름이 한결 나아지곤 해

→ 푸른터에 가지 못해 목마른데 한결 나아

82쪽


휴우, 그리고 또 밤늦게야

→ 후유, 이러고 또 밤늦게야

85쪽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거야

→ 손쉽게 찾을 수 있어

→ 손쉽게 얻을 수 있어

→ 손쉽게 볼 수 있어

85쪽


낙숫물이 떨어졌다 튕겨 나간

→ 물이 떨어졌다 튕겨 나간

→ 처맛물이 튕겨 나간

118쪽


그 먼 서울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 먼 서울까지 오가면서

149쪽


다섯 집씩 조를 짜서 번갈아 가며

→ 다섯 집씩 짜서 갈아들며

→ 다섯 집씩 모여서 서로

175쪽


마음도 조금씩 가다듬어져

→ 마음도 조금씩 가다듬어

→ 마음도 조금씩 다듬어

1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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