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0. 티처스
곧잘 〈티처스〉를 챙겨서 본다. 〈티처스〉에 나오는 아이하고 어버이가 집에서 어떻게 어울리면서 하루를 누리는지 지켜본다. 이 풀그림에는 으레 ‘서울에 있는 대학교’나 ‘서울에 있는 의대’를 바라는 아이어른이 나오는데, 포근하면서 상냥한 집안이 더러 있으나, 웬만한 집은 안 포근하고 안 상냥하구나 싶더라. 억지로 밀어붙이는 집이 많고, 아이도 억지로 어느 높은 곳에 이르러야 한다고 여기고 만다. 어느 날 곁님이 문득 말한다. “〈티처스〉에 나오는 아이들은 앞선 〈티처스〉를 안 보나 봐. 앞선 〈티처스〉를 보면 저랑 똑같은 사람이 이미 수두룩하게 나왔는데, 앞선 〈티처스〉만 보았어도 굳이 일타강사한테 도와주기를 바랄 까닭이 없이 스스로 무엇이 어긋났거나 엉성한지 알아차릴 텐데.” 이 말을 곰곰이 새겨 본다. 참말로 숱한 중고등학교 푸름이는 비슷비슷하다. 비슷비슷하게 ‘나읽기’를 못 하거나 안 하거나 등진다. 너무 바쁘게 셈겨룸(입시공부)만 한다. ‘나읽기’를 헤아릴 “느긋이 책읽기”를 하는 푸름이를 여태 하나도 못 본다. 〈티처스〉에 나오는 푸름이뿐 아니라, 온나라 웬만한 푸름이도 매한가지이지 않을까? ‘구태여 대학교에 안 가면서 내 꿈을 이루는 길을 걷겠어’ 같은 다짐을 하는 푸름이는 얼마나 있을까? ‘나읽기’를 하면서 홀가분히 호젓이 살림길을 걷는 푸름이를 눈여겨보거나 지켜보는 어른은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