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27.
《얼룩말 내 동생》
키디 베베 글·안느 빌스도르프 그림/이정주 옮김, 주니어김영사, 2008.12.2.
어제에 이어 ‘우리말로 노래밭’을 꾸린다. 우람하게 선 버즘나무(방울나무)가 베푸는 바람을 맞이한다. 나무가 풀어내는 푸른숨을 느낄 수 있다면, 나하고 너가 어떤 사이로 이 땅에 서서 살아가는지를 그릴 테지. 나무가 푸릇푸릇 노느는 숨빛을 못 느낀다면, 하늘을 아우르는 우리 눈빛을 잊은 채 멍하니 맴돌 테고. 글이란 ‘만들’지 않고 ‘짓’는다. 살림을 짓고 삶을 가꾸듯, 말과 글은 짓고 가꿀 적에 어느새 피어난다. 그러나 오늘날 넘치는 글과 책은 죄다 ‘만들기’ 같다. 뚝딱거리고 매만지면서 허울만 그럴듯하다. 《얼룩말 내 동생》은 얼마나 읽히고서 사라졌을까. 언니로서 동생을 바라보는 마음을 담고, 어머니이자 어버이로서 두 아이를 나란히 품는 손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함께 짓는 살림을 다루는 책은 쉽게 사라지고, 툭탁거리거나 다투면서 겉멋과 재미에 빠지는 책이 쉽게 나와서 널리 읽힌다면, 책을 왜 짓거나 왜 읽어야 할는지 아리송하다. 책은 ‘누구나’ 쓰고 읽을 일이되, ‘아무나’ 쓰고 읽힐 적에는 그만 휩쓸리거나 휘둘리는 종살이에 갇힌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아무나’ 못 쓰고 못 읽던 글이기에 꽉 막혔다면, 이제는 ‘아무나’ 쓰고 읽으면서 오히려 갑갑하다. ‘누구나’로 거듭날 노릇일 텐데.
#AnneWilsdorf #KidiBebey
#UnBebeEtMoiAlor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