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시렁 206
《강아지똥》
권정생 글
세종문화사
1980.6.30.
충북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살며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책을 갈무리하는 일을 한창 하던 2004년 겨울에 문득 《강아지똥》 예전 판이 궁금해서 이래저래 알아보았습니다. 수원 어느 헌책집에 이 책이 나온 줄 알았고, 한달음에 달려가서 그무렵에 7만 원이란 값을 치러서 장만했습니다. 따로 벌이가 없이 살던 몸이었지만 앞으로 1980년판 《강아지똥》을 헌책집에서 더 만나지 못할 수 있다고 느껴서 주머니를 털었어요. 이듬해에 한 자락을 더 만났으나, 그 뒤로는 아직 이 책을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거지가 글을 썼읍니다. 전쟁마당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얻어먹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읍니다(7쪽)”로 첫머리를 여는 《강아지똥》입니다만, 겉그림은 나풀대는 흰치마를 차려입은 아가씨 모습을 넣었어요. 도무지 안 어울리는 얼거리입니다. 글쓴이와 이오덕 어른 마음하고는 동떨어진 곳을 바라보던 펴냄터라고 하겠습니다. 펴냄터는 이 동화책을 미적미적 안 내려고 하다가 겨우 내주었다고 했어요. 권정생 님 글은 ‘동심천사주의’도 아니고 ‘서울아이’한테 맞춘 글도 아닌 터라, 예나 이제나 못마땅히 여기는 사람도 많다지요. 굶는 살림이지만 이웃과 숲짐승을 헤아리는 어린이요, 서로 싸우다가 남북으로 갈리는 어른이지만 그저 어깨동무를 바라는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서울로!(in Seoul)’를 이제 멈추리라 봅니다. 수수한 시골아이한테 읽을거리 하나를 나누려는 손끝으로 여민 작은글에 흐르는 작은씨앗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어른’일 텐데, “아이를 낳아 돌볼 몸”인 ‘어른’일 텐데, 이 나라 어른은 아이한테 무엇을 물려줄 만한 살림을 짓는지 궁금합니다. 돌고돌며 흐르는 사랑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흙을 살지우며 들꽃을 노랗게 밝히는 거름으로 나아가는 강아지똥 마음과 눈물과 웃음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