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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편지 ㅣ 창비청소년시선 5
복효근 지음 / 창비교육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9.1.
노래책시렁 446
《운동장 편지》
복효근
창비교육
2016.3.25.
시골에서는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맞는 신을 찾기 어렵습니다. 시골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신이나 옷을 장만하려면 가깝거나 먼 큰고장으로 갑니다. 전남 고흥·보성·장흥에서는 순천이나 광주를 다녀오지요. 시골에는 책집도 없기에 누리책집으로 사느라, 거의 책이름만 믿고서 사기 일쑤입니다. ‘시’라 하더라도 마땅한 책집이 드물 수 있고, ‘군’이라면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시골 벼슬꾼(군수·군의원·국회의원·공무원)은 이런 데에 아무 마음도 눈길도 없어요. 온나라 교육청도 똑같습니다. 《운동장 편지》를 가만히 읽었습니다. 푸름이한테 들려줄 글로 여미었구나 싶으면서도 어쩐지 서울스러울 뿐, 작은고장과 시골에서 나고자라는 푸름이한테는 참 동떨어진 수다 같습니다. 삶을 스스로 새롭게 읽는 눈썰미를 노래로 담을 적에, 푸름이뿐 아니라 길잡이와 뭇어른이 함께 마음을 틔우리라 봅니다. 쳇바퀴로 돌 수밖에 없다고 여기면, 이 쳇바퀴에서 부딪히거나 부대끼는 굴레를 그냥그냥 옮기는 글로 맴돕니다. 갈수록 옷값도 신값도 장난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푸름이가 손수 신을 삼고 옷을 짓는 길을 어른스럽게 이야기와 글과 노래로 들려줄 수 있나요? 아니면 수렁(대학입시)만 쳐다보는지요?
ㅅㄴㄹ
‘얌마, 그건 샘이 너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야.’ / 할 겁니다. // 나 좀 냅둘 수 없나요? / 사랑 좀 안 해 주면 안 되나요? (사랑받지 않을 권리/19쪽)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자기네만 마시지? / 이렇게 독한 것을 왜 마시지…… / 이게 바로 체험학습이지…… 낄낄대면서 / 생수병에 든 소주 나눠 마셨다. // 밤새 과음했는지 선생님 눈도 쾡하다. /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건지, 정말 몰랐던 건지 / 저 미묘한 웃음은 또 뭐지? (현장체험학습/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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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편지》(복효근, 창비교육, 2016)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 어둠이 차갑게 스며들고
→ 밤은 시리고
10
꿈틀거리고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 꿈틀거리는 줄도 처음 알았다
12
두 날개로 하나 되어 날아간다는 비익조처럼
→ 두 날개로 하나되어 날아간다는 암수새처럼
→ 두 날개로 하나되어 날아간다는 나란새처럼
14
편편하게 잘 마른 나뭇잎에 우리는 간절한 단어를 썼습니다
→ 반반하게 잘 마른 나뭇잎에 애타는 낱말을 씁니다
→ 판판하게 잘 마른 나뭇잎에 목마른 말씨를 씁니다
16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 가슴이 먹먹합니다
17
꿈도 많고 개성도 가지가지
→ 꿈도 많고 가지가지 다르고
→ 꿈도 많고 나다움도 다르고
→ 꿈도 많고 멋도 다르고
22
세상 모든 싸움이 이런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 온누리 싸움이 모두 이러기를 빌어요
→ 모든 싸움이 이러하기를 바라요
29
폭우가 쏟아진대도 좋을 텐데
→ 비가 쏟아져도 될 텐데
→ 큰비가 와도 될 텐데
42
그녀가 내 손에 쥐어 준 핫팩
→ 그 아이가 쥐어 준 포근이
→ 그 애가 쥐어 준 푸근이
46
참아 보기 위해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보는 중이다
→ 참아 보려고 온갖 생각을 해본다
→ 참아 보려고 갖은 생각을 한다
→ 참아 보려고 이 생각 저 생각 다 한다
49
늘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럴 때가 있단다. 발정기라고 했다
→ 늘 그렇지는 않고 그럴 때가 있단다. 사랑철이라고 한다
→ 늘 그렇지는 않고 그럴 때가 있단다. 짝짓기철이란다
54
그 둘 다 나에겐 힘든 거라는 거
→ 둘 다 나한텐 힘들다
→ 둘 다 힘들다
59
소변 볼 때 정조준 잘해서
→ 오줌 눌 때 잘 겨누어
→ 오줌을 반듯하게 누어
64
소년 가장의 위의를 잃지 않고서
→ 어린기둥 품새를 잃지 않고서
→ 어린돌봄이 이름을 잃지 않고서
10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