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21.
숨은책 952
《우편번호부 1977》
편집부 엮음
체신부
1977.
손전화를 어린이도 쓰는 요즈음은 손글씨로 종이에 마음을 담아서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한테 띄우는 일이 없거나 드뭅니다. 손전화를 톡톡 누르면 서울하고 부산 사이라도 1초 만에 휙 날아가거든요. 게다가 쪽글에 맞쪽글조차 1초 만에 날아오기도 합니다. 서로 손전화를 톡톡 누르면 ‘손글씨 글월’로는 몇 달이나 몇 해에 걸쳐서 나눌 말을 고작 몇 분 만에 주고받기도 합니다. 종이에 손으로 글씨를 담아서 접고서, 자루에 받는곳과 보내는곳을 적은 다음에, 나래터(우체국)로 찾아가서 저울에 무게를 달면, 나래꽃(우표)을 얼마짜리로 붙여야 하는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쌈지에서 쇠돈을 추슬러서 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글월을 띄울 적에 ‘우편번호’를 꼭 넣어야 합니다. 우편번호를 안 넣으면 돌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래터 일꾼이 고맙게 적어 넣어 주기도 했어요. 여느때에는 멀리 떨어진 살붙이나 동무한테 글월 한 자락 띄우기도 바쁘지만, 방학을 맞이하면 여러 짐(방학숙제) 가운데 하나가 ‘멀리 사는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하고 글월 주고받기’였어요. ‘쓰기’야 한다지만, 배움터에는 ‘받은 글월(답장)’을 내야 했으니 서둘러야 하지요. 예전에는 우편번호를 알려면 옆집에 묻기도 하고, 나래터까지 가서 《우편번호부》를 뒤적이기도 합니다. 《우편번호부 1977》처럼 1980년으로 넘어서기 앞서까지는 온나라 우편번호가 단출했어요. 얇고 작은책으로도 넉넉히 담습니다. 2020년 무렵에 이르면 바야흐로 우편번호부만 해도 깨알글씨에 두툼하게 여럿이더군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