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 3 - 루나 코믹스
이와모토 나오 지음, 박소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8.17.

어울빛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 3》

 이와모토 나오

 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2.11.23.



  지난 2018년에 첫걸음이 한글판으로 나오고서 아주 띄엄띄엄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 3》(이와모토 나오/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2)까지 나왔으나, 뒷걸음을 언제 옮길는지 까마득합니다. 이미 2024년에 일본판은 아홉걸음까지 나왔거든요.


  널리 찾거나 바라는 손길이라면 바로바로 한글판이 나올 테지만, 영 안 찾거나 안 바라는구나 싶으면 안 옮기거나 더디 옮길 수 있습니다. ‘임금나라·싸울아비’라는 얼거리이지만, 막상 이 그림꽃에 나오는 싸울아비는 ‘싸움질’이 아닌 ‘살림길’을 바라는 매무새요 하루입니다. 칼을 휘둘러서 저놈을 무찌르려는 하루가 아닌, 칼부림이나 주먹질이 없이 서로 아름다이 만나고 사귀며 지내는 길을 바라거든요.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입니다. 싸움연모를 잔뜩 갖추는 나라일수록 가난하고 굶주리고 힘듭니다. 임금과 우두머리는 늘 노닥거리고 흥청망청이어도, 여느사람은 쪼들리고 억눌리고 짓밟힐 뿐 아니라, 목소리조차 못 내지요. 세굴레(3S)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임금나라 얼거리를 읽어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임금과 우두머리에 벼슬아치하고 글바치는 사람들을 가난수렁에 몰아넣으면서도 세굴레(3S)를 앞세워서 눈귀를 다 막고 홀립니다.


  스스로 뛰놀거나 땀흘릴 너른터는 없되, 으리으리하게 지은 놀이터(운동장·경기장)에서 몇몇 ‘프로 운동선수’만 뛰면서 목돈을 거머쥐는 얼거리인 민낯입니다.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꽃을 지필 보금자리와 마을은 사라지고, 셈틀이나 손전화를 켜면 손쉽게 온갖 그림(영상·영화·유튜브)으로 꾀고 가두는 굴레입니다.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살림꾼으로 즐겁고 아름다이 사랑을 펴는 길을 안 가르치고 안 말하고 안 다루는 나라요 배움터입니다. 순이돌이는 서로 다르기에 하나인 숨결로 어깨동무하면서 살아갈 사람이지만, 사슬나라나 총칼나라에서는 순이랑 돌이가 서로 갈라치면서 싸우도록 불씨를 놓을 뿐입니다.


  그림꽃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는 앞선 《금의 나라 물의 나라》에서 선보인 ‘나라·사람·우리·꿈’을 키운 판이면서,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에서는 미처 못 다루거나 덜 다룬 ‘삶·살림·사랑·씨앗’을 깊게 다루려는 얼거리이고,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에서 슬쩍 다룬 ‘시골·숲·마을·함께’를 한결 새롭게 추스르는 줄거리입니다.


  얼이 없으면 얼뜨기라고 합니다. 얼이 있기에 얼찬이요 어른입니다. 얼을 가꾸고 빛낼 줄 알기에 어울리고 얼크러지며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른이 할 일과 맡을 몫이란 어울림·어깨동무·어버이예요.


  어린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 적에 아름다울는지 헤아리면서 이 나라 배움터를 갈아엎을 노릇입니다. 어른으로 선 사람은 어떤 얼과 넋으로 어린이 곁에 설 적에 사랑을 물려줄 만한지 생각하면서 마을과 나라와 집을 돌볼 노릇입니다.


  알고 보면, 대학교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모두 없어도 됩니다. ‘집’이 집답게 서면 배움터뿐 아니라 나라조차 부질없습니다. 모든 집이 손수짓기를 하면서 삶짓기와 사랑짓기를 하면,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노래짓기에 놀이짓기에 하루짓기를 할 테니, 문학조차 없어도 될 뿐 아니라,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오늘 이야기를 글로 담아서 뒷사람한테 슬기롭게 이어줄 테지요.


  사랑으로 짓는 집과 마을과 나라에는 첫째나 막째가 없습니다. 사랑없는 굴레이기에 ‘1등·경쟁·승패·상금·자격증’이 있습니다. 사랑으로 짓는 집에는 아무런 자격증·면허증이 없어요. 아기를 낳는 자격증이나 면허증이란 없습니다. 밥을 짓고 자장노래를 부르고 소꿉놀이를 하는 자격증이나 면허증이란 없습니다. 아이한테 말을 물려주는 어버이는 무슨무슨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그림책 한 자락을 읽히는 데까지 ‘테라피 자격증’을 앞세우는 이 나라는 그저 거꾸로 치닫는 수렁입니다. 스스로 짓지 않으니 허울스런 이름을 내세우고 말아요. 스스로 안 가꾸고 이웃하고 안 나누기에 자꾸만 ‘1등·자격·학력’이라는 쇠사슬을 높이 치면서 스스로 갇힙니다. 아름나라보다는 아름누리와 아름마을과 아름집을 바라는 일곱 아이는 일곱 빛깔로 온누리를 가꾸는 손길을 펴고 싶다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펴는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가 한글판으로 제때 나오면서 제대로 읽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사람들은 나를 방문자라고들 불러.” ‘방문자? 어디서 들었는데.’ “처음이야. 내 이름을 누가 물어본 건.” (14∼15쪽)


“‘그녀’는 내가 실패한 다람쥐를 구해서 이름을 붙여줬으니까, 분명히 내게도 이름을 주고 소중하게 아껴줄 거야.” (53쪽)


“휘로칸의 손녀여, 나나 저 녀석은 왕족의 적이 아니란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로로처럼 우리를 진심으로 믿지 않는 녀석이란다.” (56∼57쪽)


“시녀야, 난로 위에 장식되어 이던 내 망치 컬렉션은?” “싸우다 신랑의 머리를 박살내면 안 되니까 창고에 넣어놨어요. 자, 아기 배내옷도 완성이에요. 언제든 애기씨를 낳기만 하세요.” (88쪽)


“어때? 커다랗지? 생물의 나라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새가 있다고 해. 새를 좋아하는 사람 중엔 수다쟁이에 특이한 사람이 많은데, 너는 신기하게도 말이 없구나.” (118쪽)


“나는 이런 순간을 경험할 때 정말! 진심! 최고로 ‘신이여, 감사합니다’ 하고 빌어!” “겨우 그걸로?” “너는 안 그래?” (181쪽)


#岩本ナオ #マロニエ王国の七人の騎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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