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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 10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10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8.10.
나보다 어린 아버지
《산과 식욕과 나 10》
시나노가와 히데오
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23.10.1.
나이가 있기에 어질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기에 참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도무지 어리석은 사람이 있고, 아이를 낳아도 영 철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눈을 뜨고서 마음을 가꾸면서 생각을 틔울 적에 비로소 어진길로 접어들고 참빛을 품습니다.
예부터 어질거나 참하게 살림하는 길을 익히려면 멧숲으로 갈 노릇이라 여겼습니다. 서울(도시)에 남는 이는 어질지 않고 참하지 않다고 여겼어요. 왜 그럴까요?
《산과 식욕과 나 10》(시나노가와 히데오/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23)을 읽으면서 멧숲길을 돌아봅니다. 돌과 바위만 있는 멧골도 드물게 있을는지 모르나, 멧골은 으레 숲을 품은 멧숲이게 마련입니다. 멧골을 감싸는 숲자락이란 풀꽃나무랑 뭇숨결이 어울려요. 멧숲에 깃들려면 풀도 꽃도 나무도 눈여겨볼 노릇이고, 뭇숨결을 고루 살필 일입니다. 몸을 이루는 숨결은 바로 숲에서 피어나는 줄 느낄 만하고, 마음을 이루는 바탕도 언제나 숲에서 샘솟는 줄 알아볼 만하지요.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사람만 바글거린다면 이때에는 ‘사람 사이’하고 오히려 멀어요. 새도 짐승도 풀벌레도 헤엄이도 ‘한 가지만 우글거리는 곳’에서는 떼죽음입니다. ‘사람 사이’라 할 적에도, 들숲메바다가 나란힌 사람 사이여야 할 테고, 새와 풀벌레와 푸나무가 어우러진 사람 사이여야 할 테지요.
《산과 식욕과 나 10》을 보면, ‘혼멧순이’가 어느 날 문득 ‘어린 아버지’가 어느 멧골을 타면서 남긴 글을 만나요. 혼멧순이가 태어나기 앞서는 아직 ‘아버지’가 아닌 ‘스무 살 앳된 멧돌이’입니다. 혼멧순이도 얼마 앞서까지는 ‘앳된 멧순이’였어요.
모두 천천히 자랍니다. 다 다른 매무새로 한 발짝씩 내딛습니다. 빨리 꼭대기까지 올라야 할 멧길이 아니고, 꼭대기에서 얼른 내려가야 할 멧줄기가 아닙니다. 멧숲을 이룬 터전을 고루 보면서 푸른바람을 두루 머금을 멧길이에요.
10살도 20살도 배우는 길입니다. 30살도 40살도 배우는 길이에요. 50살이며 60살도 배우는 길입니다. 배우지 않는 나이란 없어요. 모든 나이는 우리 스스로 새롭게 눈뜨려는 배움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나이’에 이르렀다면서 안 배우는 무리라면 ‘꼰대’일 텐데, 스스로 수렁에 잠겨 늙어가는 꼰대입니다.
사람이 풀죽임물(농약)이나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안 주지만, 더구나 어떤 사람도 멧숲에 물을 안 주지만, 멧숲은 늘 짙푸르고 아름답고 드넓으면서 싱그럽습니다. 멧숲을 바라보고 헤아릴 줄 아는 마음으로 집살림과 마을살림과 고을살림과 나라살림을 하기에 ‘사람답’습니다. 이 땅에 무엇이 있어야 할는지 우리 스스로 찾아보고 알아보아야 합니다.
ㅅㄴㄹ
‘귀찮아. 다음엔 절대로 안 하겠지. 이거.’ (22쪽)
“아마 산에 올라와서 배가 고프니까, 맛있지 않은데도 맛있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해♪” (56쪽)
‘날씨가 좋은 날은 옥상에 올라가 이불을 말립니다. 표고가 높은 만큼 햇살은 강렬. 그러나 구름 위에서 말린 이불은 최고로 기분이 좋습니다!’ (73쪽)
“가까운 장래, 먼 미래, 어떤 길로 나아가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사람으로 있고 싶어.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성공이야.” (85쪽)
“뭘 적고 있는 거예요, 아버지는!” “젊은 여주인이라면 제 얘길까요. 부끄럽네! 일단 예전엔 인기 있었다고 말해 둘까요.” “기록을 발견한 건 기쁘지만 부끄러워요.” “아하하하. 그걸 적은 건 결혼하기 전 ‘스무 살 총각’이었던 거잖아요?” (119쪽)
#山と食欲と私 #信濃川日出雄
그슬림 신의 속삭임이 들리게 된 건 그날 밤부터였다
→ 그슬림 님 속삭임이 들렸으니 그날 밤부터이다
→ 그슬림 님이 속삭였으니 그날 밤부터이다
5쪽
내 아버지는 실제로 있었던 걸까
→ 우리 아버지는 참말 있었을까
92쪽
일단 북마크해 두자
→ 먼저 담아 두자
→ 아무튼 적어 두자
→ 뭐 챙겨 두자
98쪽
4월 상순이라곤 해도 상공 1000m에
→ 4월 들목이라 해도 1000길 높이에
→ 4월 첫목이라 해도 1000길 하늘에
10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