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8.10.
오늘말. 미지근
낮밥을 지으며 끓인 국을 저녁에 천천히 데웁니다. 여름에는 밥이 쉴 수 있으니, 남은 밥은 얼려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천천히 녹입니다. 등짐으로 나른 수박을 그릇에 담아 찬물에 담가도 이내 물이 미지근합니다. 자주 물을 갈면서 수박을 달랜 뒤에 큰칼로 쩍 갈라서 나눠요. 허둥지둥 서두를 적에는 “될 일도 안 되게” 마련입니다. 바쁠수록 더 천천히 추스릅니다. 얼른 가야 하더라도 틈을 두고서 생각해 봅니다. 앞길을 살피지 않기에 갈팡질팡을 하거든요. 떨떠름한 일을 그냥 붙잡다 보면 그만 어쩔 줄 모르는 구석에 이르곤 합니다. 얼마든지 헤맬 수 있되, 헷갈리면 발걸음을 멈추고서 천천히 다시 짚을 노릇입니다. 얼김에 엉뚱한 데로 새지 않았나 하고 돌아봅니다. 떠내려가는 하루가 아닌, 삿대로 길을 잡는 오늘로 서려고 합니다. 후다닥 해치울 마음이 없습니다. 얼거리를 잡고 뼈대를 세우고 줄거리를 짜면서 한 발짝씩 찬찬히 나아간다면 놀랄 일이 없고 어리벙벙하지 않습니다. 그리지 않은 꿈은 이루지 못 할 테니, 이제껏 우물쭈물했다면 이제부터 새로 걸어갈 고갯길을 웃고 노래하면서 찬찬히 나아가려고 합니다.
ㅅㄴㄹ
데우다·덥히다·녹이다·사이데움·사이익힘·미지근 ← 중탕(重湯)
놀라다·놀래다·허겁지겁·허둥지둥·갈팡질팡·우물쭈물·우물거리다·깜짝·깜짝깜짝·화들짝·소스라치다·크게 놀라다·아이고·엄마야·어머나·어이구·떠내려가다·떨떠름하다·떨떨하다·알딸딸·얼결에·얼떨결에·얼김·얼떨떨·엄벙뗑·어리둥절·어리바리·어리벙벙·엉뚱하다·생뚱맞다·뜬금없다·혀를 내두르다·어수선·어지럽다·어질어질·어쩔 줄 모르다·헉·헉헉·헤매다·헷갈리다·화다닥·후다닥 ← 당황(唐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