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그리고 죽어 3
토요다 미노루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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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7.27.

책으로 삶읽기 938


《이거 그리고 죽어 3》

 토요다 미노루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6.30.



《이거 그리고 죽어 3》(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을 읽고서 넉걸음을 기다린다. 일본판은 어느새 여섯걸음이 나왔으니, 한글판도 차곡차곡 나올 텐데, 이 그림꽃은 “붓을 쥔 마음”하고 “붓을 쥐려는 마음”에다가 “붓놀림이 들려주는 마음을 헤아리면서 함께 읽는 마음”을 나란히 밝힌다. 글도 그림도 그림꽃도 빛꽃도 매한가지이다. 멋을 부리려 하면 바로 그때부터 멋없다. 꾸미려고 하면 바로 이때부터 망가진다. 팔릴 만하기를 바라면 얼핏 팔리더라도 첫마음을 잃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면 문득 이름이 날개돋히듯 뜨더라도 낭떠러지로 치달린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우리가 살아내는 이야기를 여러 갈래로 담는다. 먼저 마음으로 담고, 말로 담는다. 낯빛으로 담고, 손짓으로 담는다. 발걸음으로 담고, 몸짓으로 담는다. 우리 이야기는 우리 보금자리에 묻어나고, 우리 집을 둘러싼 풀꽃나무랑 해바람비한테 퍼진다. 《이거 그리고 죽어》는 ‘손으로’ 붓을 쥐고서 종이에 슥슥 담는 아이들 하루를 들려준다. 이 아이들은 ‘온몸으로’ 살아낸 하루를 ‘온마음으로’ 되새기면서 ‘온웃음’과 ‘온눈물’로 풀어낸다. 이러고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서 새롭게 한 발짝을 내디디면서 “이다음으로 걸어가면서 배우고 누리고 노래한 하루를 새삼스레 붓을 쥐고서 그려낸”다. 이따금 글밭에 말썽을 일으키는 여러 글바치를 떠올려 보자. 또는 글밭에서 말썽을 일으키지만 물밑에서 감추거나 숨기면서 바깥으로 새지 않은 글바치도 떠올려 보자. 굳이 누구 이름을 들출 까닭은 없다. 그저 ‘글넋’을 바라보면 된다. 글은 어떻게 써야겠는가? 밥은 어떻게 지어야겠는가? 옷은 어떻게 기워야겠는가? 땅에 풀죽임물을 뿌리면 땅이 어떻게 될까? 더우니까 에어컨을 틀면, ‘에어컨 불바람’이 어디로 갈까? 겨울에는 손이 곱으면서 얼어붙은 몸으로 붓을 쥐면 되고, 여름에는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채 붓을 쥐면 된다. 봄에는 봄빛과 봄나물을 누리면서 붓을 쥐면 되고, 가을에는 감알을 이웃하고 나누면서 붓을 쥐면 된다.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는 아주 쉽다. 그림꽃하고 빛꽃도 더없이 쉽다.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스스로 돌아보고 되새기는 ‘나보기’를 하면서 ‘내 걸음걸이’를 쓰면 된다. ‘나’를 쓰지 않고서 ‘남구경’을 슬쩍슬쩍 훔쳐서 옮기면, 문학도 만화도 사진도 문화도 예술도 아닐밖에 없다. 훔쳤으니 훔침질이고, 주먹질에 발길질이다. 우리 손은 살림을 빚으라고 있으며, 우리 발은 이웃을 만나러 걸어가려고 있다. 주먹질 아닌 살림빚기를 하자. 발길질 아닌 이웃마실을 하자. 이러면 된다.


ㅅㄴㄹ


“이렇게 즐거운 일을 만화로 그려도 되겠구나.” (34쪽)


‘그렇구나. 이 아이는 그리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39쪽)


“자신을 죽이고 독자만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건 훌륭한 일이고, 보수를 받는 프로라면 그러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취미로 그리는 거잖아. 남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78쪽)


“최근에 만화를 그리게 된 뒤로, 진짜 친구가 생겨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거든. 만화를 만난 건 언니가 그림 그리는 걸 가르쳐 준 덕분이야. 친구한테 부탁해서 이 만화는 언니한테 보내는 편지로 삼았어. 정말 고마워.” (117쪽)


‘그렇게 해서 완성된 만화가 어딘가의 누군가와 이어지는 거야. 친구가 없었지만, 만화 덕분에 이어지게 되는구나.’ (182쪽)


#これ描いて死ね #とよ田みのる


+


나무 길 안쪽에는 수인(樹人)이 사는 왕국이 있는 거지

→ 나무길 안쪽에는 나무사람이 사는 나라가 있지

25


그냥 해수욕하러 온 거잖아

→ 그냥 바다놀이잖아

→ 그냥 물놀이 왔잖아

49


합작이구나. 그림을 나눠 그리는 걸로 시간을 번 거야

→ 같이했구나. 그림을 나눠 그려서 짬을 벌었어

→ 함께했구나. 그림을 나눠 그려서 틈을 벌었어

111


최근에 만화를 그리게 된 뒤로, 진짜 친구가 생겨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거든

→ 요새 그림꽃을 그리면서, 참말 동무가 생겨서, 서로 도와주거든

117


언니가 그림 그리는 걸 가르쳐 준 덕분이야

→ 언니가 그림 그리기를 가르쳐 주어서야

→ 언니가 그림을 가르쳐 준 보람이야

117


끄으으읕내 주더라∼!

→ 끄으으읕내 주더라!

1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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